세제 개편 후 강남 매물 5% 늘었다…매수자는 '관망'

기사등록 2026/08/19 06:00:00 최종수정 2026/08/19 06:22:25

초고가·비거주 주택 세 부담 강화에 집주인들 처분 고민

강남·서초 매물 증가세…시세보다 수억 낮은 급매도 등장

매수자 관망세 유지…토허제·실거주·추가 하락 기대 겹쳐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인센티브를 제공해 2030년까지 약 23만4000호 규모의 도심 주택 착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2026.08.13.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집을 팔겠다는 매도 문의가 늘었어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표 단지인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 거래 현황을 묻는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 일부 집주인들이 매도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며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없어 호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서울 강남권에서는 세금 부담을 우려한 집주인들의 매도 문의가 늘고 있다.

특히 노후 대비나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보유한 고가·다주택자들 사이에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택 처분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데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까지 축소되면서 향후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은 현행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시세 기준 약 20억원 이하 아파트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반면 과세표준 6억~12억원(시세 약 32억~45억원) 구간의 세율은 1.3%로 오르는 등 6억원 초과 구간부터 세 부담이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공시가격 22억원(시세 약 32억원) 이하 주택은 이번 개편 이후에도 종부세 부담이 늘지 않지만, 이를 초과하는 주택에는 이른바 '핀셋 과세'가 적용되는 구조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변동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강남권 주요 단지의 보유세 부담은 큰 폭으로 증가한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의 내년 보유세는 2257만원으로 올해 약 1810만원보다 27%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도 보유세가 1500만원에서 1855만원으로 약 25%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한도가 신설되고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도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돼 실제 거주기간을 중심으로 공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바뀐다. 공제 한도는 2028년 20억원, 2029년 1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종부세 기본공제 역시 실거주 1주택자는 기존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양도차익이 큰 초고가 주택이나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고가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보유·처분 과정에서 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가격도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둘째 주(10일 기준) 아파트 가격 주간 동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0.01%) 상승에서 0.02% 하락으로 돌아섰다. 서초구도 전주(0.02%) 상승에서 0.04% 하락으로 전환했다. 서초구는 지난 4월 넷째 주 이후 16주 만에, 강남구는 5월 둘째 주 이후 14주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물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늘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6만2645건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지난 3일(6만409건)과 비교하면 3.7% 증가한 수치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의 매물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강남구 아파트 매매 물건은 같은 기간 9453건에서 9961건으로 5.3% 늘었다. 서초구도 7630건에서 7983건으로 4.6% 증가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나온 매물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2차 전용면적 131㎡는 최근 최고 거래가인 71억원보다 10억원 낮은 61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신현대 전용면적 107㎡도 지난 2월 거래가인 63억8000만원보다 7억8000만원 낮은 56억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당분간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고가·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 대기자들은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선뜻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 등 각종 규제까지 겹치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세제 개편으로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이 달라지는 만큼 집주인들이 보유기간과 거주 여부 등을 따져 매도 시점을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며 "세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서 매물이 곧바로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당분간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보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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