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낮춘 후 물류·판로까지…K-푸드 수출 '패키지 지원'[FTA 시대, 수출은 시스템이다③]

기사등록 2026/08/16 07:00:00 최종수정 2026/08/16 07:16:23

원산지·통관 못 맞추면 FTA 특혜관세 못 받아

냉동치킨 kg당 관세 2700원 절감…가격 경쟁력↑

21개국 123곳 해외공동물류센터…영국 런던 2곳

콜드체인 운송비 80% 지원…냉동·냉장 유통 뒷받침

컨설팅·인증부터 판촉·해외 유통망 진입까지 지원

[세종=뉴시스]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한 '2026 CIS K-푸드페어' 모습. (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박광온 기자 = 자유무역협정(FTA)은 K-푸드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관세 장벽을 낮춰도 원산지와 통관 요건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실제 수출 혜택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생산과 검역 기준을 충족한 뒤에도 원산지 증명과 해외인증, 통관, 물류, 현지 마케팅까지 이어지는 수출 전 과정의 관리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가 농식품글로벌성장패키지와 해외공동물류센터·콜드체인 지원사업 등을 통해 수출기업에 컨설팅부터 인증, 물류, 판로 개척까지 묶어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사진은 지난 1월11일 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에 진열된 라면. 2026.01.11. kch0523@newsis.com
◆FTA 있어도 원산지 못 맞추면 '그림의 떡'

1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으려면 기업은 품목별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춰야 한다.

특히 가공식품은 원재료 종류가 많고 조달 국가도 다양해 원산지 판정이 복잡한 편이다. 떡볶이와 만두, 김밥, 김치, 냉동치킨 등은 원재료 조달 국가와 국내 가공 공정 등에 따라 FTA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품목별 HS코드와 원산지 기준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거나 증빙서류가 부족하면 FTA가 체결돼 있더라도 특혜관세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수출기업의 애로를 줄이기 위해 원산지 판정과 관리, 인증수출자 제도 등에 대한 FTA 활용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인증수출자는 관세당국이 원산지 증명 능력을 갖춘 수출자를 인증해 원산지증명서 발급 권한을 부여하거나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FTA에 따른 관세 혜택이 실제 수출 확대로 이어지려면 원산지 관리뿐 아니라 인증과 통관, 물류, 현지 유통까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며 "농식품글로벌성장패키지와 현지화·물류 지원 등을 통해 수출기업이 해외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사진은 2023년 5월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냉동치킨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2023.05.17. kkssmm99@newsis.com
◆냉동치킨 kg당 관세 2700원 절감…기업 가격 경쟁력으로

실제 FTA 활용을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인 사례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 수출기업 오리진고매는 냉동치킨과 컵떡볶이를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한-EU FTA와 한-영 FTA를 활용하고 품목별 인증수출자 자격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냉동치킨은 ㎏당 약 2700원 수준의 관세 절감 효과를 거뒀고, 컵떡볶이도 FTA를 활용해 관세율 0%를 적용받으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관세 부담이 줄면 수출기업뿐 아니라 현지 수입업체의 조달 비용도 낮아지는 만큼 바이어와의 거래 조건이나 유통망 진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FTA 체결 자체보다 기업이 품목별 원산지 기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실제 관세 절감 효과를 좌우하는 셈이다.
[고양=뉴시스] 황준선 기자 = 사진은 지난해 6월1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식품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냉동김밥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2025.06.10. hwang@newsis.com
◆관세 아껴도 냉동제품 녹으면 끝…콜드체인이 수출 경쟁력

FTA를 활용해 관세 부담을 낮춘 뒤에는 물류가 수출 경쟁력을 좌우한다.

특히 냉동치킨과 만두, 김밥, 떡볶이 등 최근 해외 수요가 늘고 있는 냉장·냉동 제품은 상온 제품보다 운송비와 보관비 부담이 크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품질 저하로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중소 수출기업이 해외 현지에 자체 창고와 냉동 배송망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해외공동물류센터와 콜드체인 지원사업을 통해 이런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있다.

지난달 기준 해외공동물류센터는 21개국 123개소가 지정돼 있으며, 공동물류센터 이용료와 콜드체인 운송료의 50~90%를 지원한다. 영국에서도 런던 공동물류센터 2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냉장·냉동 운송비의 80%를 지원하고 있다.

실제 김치와 반찬 등을 수출하는 도들샘은 글로벌성장패키지를 활용해 물류·항만 부대비용을 줄이고 수출 단가 부담을 낮췄다. 이를 통해 12만8483달러의 추가 수출 성과를 거뒀고, 수출액도 1년 새 45.3% 증가했다.

이를 통해 기업이 개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지 보관·배송 비용을 낮추고 대형 유통업체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냉동식품은 제품을 현지에 보내는 것보다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 채 유통업체까지 전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며 "물류비 부담이 커지면 관세를 절감해도 현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도쿄=뉴시스]임하은 기자 = 사진은 2024년 6월30일 도쿄에 위치한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유통업체 이온몰 냉동 전용식품 코너 전면 한 라인에 냉동삼계탕과 한국 소주 등 K-푸드가 진열돼 있는 모습. 2024.06.30. rainy71@newsis.com

◆인증부터 판촉·매장 입점까지…'팔리는 단계'까지 지원

수출 지원은 통관과 물류에서 끝나지 않는다.

농식품글로벌성장패키지는 수출기업이 생산·인증·보험·유통·마케팅 등 23개 지원 메뉴 가운데 필요한 분야를 선택해 지원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해외인증과 포장디자인, 샘플 운송·통관은 물론 해외 박람회 참가와 바이어 초청, 현지 판촉, 신규 유통매장 입점 등 실제 판매 단계에 필요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삼계탕 등 HMR을 생산하는 교동식품은 수출 컨설팅을 활용해 아마존에 제품을 등록하고 온라인 판촉을 통해 신제품 2종을 홍보했다. 이 같은 지원은 해외 바이어의 구매 관심과 실제 수출 계약으로 이어졌다.

해외 인증이 수출로 연결된 사례도 있다. 인삼·홍삼 제조업체 다정은 영양성분 분석을 통해 해외 라벨링 기준을 맞추고 미국 SID 공정 등록을 진행해 신규 제품 2종으로 5만 달러 규모의 첫 수출을 달성했다.

결국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이 해외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필요한 과정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구조다.

수출기업 관계자는 "FTA 혜택을 받으려면 원산지 증명부터 통관서류, 해외인증까지 챙겨야 하고 이후에는 현지 물류와 판매망도 확보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이를 개별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패키지형 지원의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FTA가 농식품 수출 시장의 문을 여는 장치라면 실제 수출 성과는 원산지 관리와 통관, 인증, 물류, 현지 마케팅 후속 지원이 끊김 없이 연결될 때 만들어진다.

특히 냉장·냉동 간편식 등 K-푸드의 품목이 다양해질수록 관세 절감뿐 아니라 콜드체인과 현지 유통망 확보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FTA 활용 지원과 인증, 물류·콜드체인, 해외 마케팅을 하나의 수출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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