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마을서 봉오동 전투 생생히…후손들 재현한 '광복의 함성'

기사등록 2026/08/15 13:05:56

전남광주서 수백명 빗속 행진

"선열들 숭고한 희생 기억할 것"

[전남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81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홍범도 장군의 독립군이 일본군을 대파했던 항일 무장독립투쟁 봉오동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2026.08.15. lhh@newsis.com
[전남광주=뉴시스]이현행 기자 = "대한 독립 만세 만세 만세!"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국의 광복만을 열망했던 동포들의 간절함이, 한 세기를 지나 후손들의 손으로 다시 피어났다.

고려인마을과 동포체류지원센터, 전남광주 광산구는 15일 오전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홍범도 장군이 이끈 봉오동 전투를 재현하며 자주독립 정신을 되새기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광복 81주년을 맞아 '역사를 이어가는 고려인마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박병규 광산구청장, 차용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 시민, 학생 등 500여명이 참여했다.

행사 참여자들은 1920년 6월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이 일본군을 물리친 역사적인 '봉오동 전투'를 재현했다.

독립군 역할을 맡은 참여자들은 가랑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파란색과 분홍색 우비를 맞춰 입고 등장했다. 이들은 양손에 총과 칼 대신 알록달록한 물총과 손 태극기, 태극 문양이 선명한 우산 등을 들고 위풍당당하게 행진했다.

볼에 태극기를 그려 넣은 어린아이부터 남녀노소 세대를 초월한 독립군 부대의 모습은 비장함보다는 축제와 같은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당시 일본군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카키색 군복을 입고 길목을 막아서자 현장의 분위기는 고조됐다. 독립군들은 일제히 물총을 쏘고 비눗방울을 날리며 맞섰다.

거리 곳곳에서는 '대한 독립 만세', '물럿거라' 등의 함성이 터져 나왔고, 쏟아지는 물줄기와 비눗방울은 100여년 전 항일운동 당시의 뜨거웠던 열기를 되살렸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홍범도 장군 흉상이 설치된 다모아어린이공원에 모여 태극기를 연신 흔들며 만세 삼창을 외쳤다.

광복을 기원하며 물총을 쏴 터뜨린 박에서는 '불멸의 영웅 홍범도', '대한 독립 만세'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고려인마을 어린이합창단·청소년오케스트라가 독립운동과 민족정신을 기리는 노래를 선보였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애환을 담은 노래와 고려인 동포들의 웅장한 기백을 담은 전통 검무도 펼쳐져 의미를 더했다.
[전남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81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 일대에서 홍범도 장군의 독립군이 일본군을 대파했던 항일 무장독립투쟁 봉오동 전투를 재현하는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한 광복군이 쓰러진 일본군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6.08.15. lhh@newsis.com

독립군 역할을 맡은 대성여고 조윤지(18) 양은 "직접 우비를 입고 행진해보니 마치 100년 전 독립운동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오서주(18) 양 역시 "잠깐 몸을 쓰며 행진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당시 독립군분들은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셨을까 싶다"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애국심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기게 됐다"고 전했다.

경신여고 김태연·김아은·김시현(18) 양도 "독립운동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민족의 아픔과 역사 등 봉오동 전투와 홍범도 장군을 깊게 알아갈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해준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고, 그 뜻이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매년 이 행사를 챙기며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라나는 후세들도 대한민국의 항일 독립운동의 가치를 깊이 새기고 배울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의미 있는 장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가 열린 광주 고려인마을에는 연해주와 북간도 등지에서 일제 식민통치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인 고려인 동포 7000여 명이 모여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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