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서·논술형 도입 성급"…대입 개편 의견수렴부터 삐걱(종합)

기사등록 2026/08/13 19:32:54 최종수정 2026/08/13 19:36:30

국교위, 13일 제8차 전체회의 개최

공론화 절차·의견 대표성 등으로 충돌

차정인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원회 2026년 제8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8.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등 대입 제도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의견 수렴 및 숙의 계획을 보고하는 단계에서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대다수 위원은 현재 진행되는 공론화와 의견 수렴이 대표성이 부족한 일부 국민만을 대상으로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또다시 대입 제도 개편이 좌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위원은 의견 수렴 및 공론화 추진 절차의 하자를 지적하며 국교위 위원들이 심의·의결을 위한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국교위는 1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제8차 회의'를 열고 '대입 제도 관련 의견 수렴 계획(안)'을 보고했다.

전체회의에서는 이달 중 인천·전남광주·대구에서 각 지역 학생·학부모·교사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미래 대입 제도 방향에 대한 현장 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민참여위원회 숙의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 보고됐다. 국민참여위원 중 200명은 이달 29일부터 30일까지 '미래사회를 대비한 대입제도 개편 방향성'을 주제로 토의하며, '내신 서·논술형 평가 확대 및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에 대한 공론조사도 함께 진행한다. 국민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이달 14일부터 28일까지 국교위 국민의견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의견 수렴도 병행된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대표성이 부족한 일부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진행하면서 대입 제도 개편을 밀어붙이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연취현 위원(법률사무소 와이 대표 변호사)은 "소규모 토론회가 인천·전남광주·대구에서만 진행되는데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학부모나 지역의 의견은 어떻게 수렴할 것이냐"며 "국교위 온라인 의견 수렴 플랫폼이 활성화돼 있지 않고 국민참여위원회에서 1박2일 동안 숙의하는 것이 전부다. 이것이 정말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대입 제도 개편안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국민들이 대입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 없이 곧바로 미래사회 대입 제도 개편 방향성이라는 주제를 던진 것은 순서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건 위원(전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공동의장)은 "국교위 공론화 방식의 순서가 바뀌었다. 첫번째 토의 의제가 미래 사회에 대비한 대입 제도 개편 방향성인데 그에 앞서 국교위는 '10년 후에도 수능을 이대로 진행해도 될까'처럼 '예' 또는 '아니오'로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먼저 했어야 한다"며 "그래야 여론이 형성되고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서·논술형을 도입해야 하는지로 논의가 나아가 10년 단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성공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이렇게 돼버리면 월말 숙의 토론에서 반대 의견이 나와버릴 경우 모든 동력을 다 잃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능에 서·논술형이 도입된다고 가정했을 때 대학 재정, 학생 선발 방식, 유·초·중·고 교육과정, 교사 처우 등 모든 것에 대해 논의해야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다"며 "하반기에 여론의 파도에 휩쓸려서는 거대한 개혁의 계획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원회 2026년 제8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8.13. chocrystal@newsis.com

국교위 위원들에 대한 사전 보고나 협의도 없이 의견 수렴 및 공론화 절차에 착수했다는 지적과 함께 위원들이 의결만 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현 위원(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은 "300명을 현장토론회에 모아놔 이야기 듣고, 국민참여위원 200명의 목소리 듣고, 대표성 없는 온라인 의견을 들은 다음에 '국민 의견이 이렇다'고 하면 우리(국교위 위원)에게는 표결만 하라는 것인가"라며 "향후 국교위가 운영될 때는 위원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논의한 것에 기초해 다음 절차들이 진행돼야 한다. 다른 곳에서 진행한 의견을 국교위 위원들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나중에 이야기를 듣는 방법으로 진행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보미 위원(대구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태스크포스(TF)나 특별위원회에서 논의가 다 이루어진 다음에야 위원들이 보고받거나 안건으로 올라오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위원회의 효능감이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입 제도 개편이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성급한 논의 진행을 경계해야 하며, 현재의 논의 방식이 오히려 교육 현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은영 위원(전국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대표)은 "논·서술형 도입은 진영을 막론하고 원하는 것이나 이 과정에서 선행돼야 할 조건이 너무 많다"며 "이는 교육 비전, 대학 체제, 그보다 훨씬 큰 거시적인 주제라 굉장히 입체적으로 다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중심의, 한 해에 학생 240명이 자살할 정도로 너무나 첨예한 과잉·살인경쟁 질서를 그대로 둔 채로 논·서술형을 하겠다면 시험을 치르기 위해 초등학생부터 논·서술 학원 등록을 안 하고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보미 위원은 서·논술형을 운영할 인프라가 부족한 점도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에 채점관 등 부분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논의가 이뤄지는 감이 있어 이를 신중하게 검토해 국교위 본위원회 차원에서 계속적으로 검토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현재 대입제도 개편 방향성과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라는 두 가지 의제가 동시에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우선적으로 심도 있게 다루자는 절충안도 제시됐다. 반상진 위원은 "현재 대입 제도에 대한 의견 수렴 의제를 두 가지로 했는데, 이번에 '미래사회를 대비한 대입제도 개편 방향성'만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한다"며 "위기를 관리하는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의견 수렴 절차가 전문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수립된 만큼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차 국가교육위원장은 "전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가 구체적인 의제에 대해 전문성이 높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며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그것을 존중해서 운영하는 것이 맞는 운영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결정된 방안이 특별한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대안이 더 확실히 우수하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정된 것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교위는 특별위원회 활동 내용, 국가교육발전계획 추진 현황 등을 보고받고 학교민주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 중·고등학교 역사 관련 교육과정 수립·변경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헌법과 법령, 국가교육과정에 따라 옳고 그름이 명확한 사안은 분명히 교육하되 구체적 적용·입법·정책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견해가 나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관점을 소개해 그 논쟁 자체를 배움의 기회로 삼도록 하는 기본계획이 의결됨에 따라 학교시민교육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하고, 가칭 '역사콘텐츠 비평·분석' 선택과목을 사회 교과군 융합 선택과목 형태로 신설하는 국가교육과정 시안 개발에 착수해 내년 11월 행정예고(안)을 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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