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9개월간 육지 체류 단 이틀…美항모 가족들 "자해 위험"

기사등록 2026/08/13 16:11:55

지난해 11월 출항 뒤 대이란 작전 투입…5월 종료 계획 거듭 연장

가족·승조원 인터뷰서 자살 생각·시도 증언…미 해군은 증가 부인

[서울=뉴시스]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 2022.04.13. (사진=미 7함대 페이스북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이란전에 투입된 미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의 파병이 귀환 일정도 공개되지 않은 채 9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승조원 가족들이 자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미 해군은 장기 파병의 부담은 인정하면서도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사례가 늘었다는 징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국의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미 군사 전문지 네이비타임스와 성조지(Stars and Stripes)의 보도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두 매체는 가족과 현역 승조원 인터뷰, 지난 6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가족 간담회 참석자 증언 등을 토대로 승조원들의 정신건강 상태와 자해 위험을 보도했다.

가족 200여명과 헝 카오 미 해군장관 대행 등 고위 당국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한 승조원의 배우자는 간담회 당일 남편에게서 “내일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참석자는 해군 지도부에 대한 가족들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네이비타임스는 간담회와 별도로 취재한 자해 시도 사례도 보도했다. 애너벨 로마는 파병이 거듭 연장된 뒤 남편이 함정 밖으로 뛰어내리려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조원의 배우자는 남편이 자해하려던 동료 승조원을 제지했다고 전했다. 미 해군은 이번 파병 중 자해를 시도했거나 시도하려다 제지된 승조원이 몇 명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에이브러햄 링컨함=AP/뉴시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 72) 갑판에서 해군 장병들이 ‘에픽 퓨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를 점검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공격을 가했다는 주장에 “링컨호는 피격되지 않았다”며 “미사일은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라고 반박했다. 2026.03.02.
이에 대해 미 해군 관계자는 가디언에 함내 보고를 종합한 결과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사례가 늘었다고 볼 만한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장기 파병이 장병과 가족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점은 인정했다. 해군은 함정에 정신건강 전문가와 의료진, 파병 적응 상담사, 군종목사를 두고 승조원들의 심리 상태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의 문제 제기는 파병이 애초 계획보다 길어진 가운데 나왔다. 링컨함은 지난해 11월21일 샌디에이고를 떠나 태평양에 배치될 예정이었지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뒤 배치 지역이 중동으로 바뀌어 대이란 작전을 지원했다. 올해 5월 종료될 예정이던 파병은 여러 차례 연장됐다.

성조지는 미 해군 당국을 인용해 링컨함이 250일간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해군 장병과 해병대원 5000여명이 육지에서 보낸 시간은 지난해 12월 괌과 지난달 오만 기항 때를 합쳐 이틀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에이브러햄 링컨함=AP/뉴시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CVN 72) 갑판에서 해군 장병들이 ‘에픽 퓨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를 점검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공격을 가했다는 주장에 “링컨호는 피격되지 않았다”며 “미사일은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라고 반박했다. 2026.03.02.
장기간의 해상 작전 속에서 열악한 함내 생활 여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이크 레빈 민주당 하원의원은 승조원 가족들에게서 들은 함내 상황을 전했다. 곰팡이가 핀 샤워실과 고장 난 화장실, 수주간 가동되지 않은 세탁시설, 장기간의 온수 공급 중단 등이 포함됐다. 레빈 의원은 일부 식사가 쌀 반 컵과 토르티야 두 장에 그쳤고 비누와 체취 억제제, 치약도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성조지는 승조원과 가족들을 인용해 식량 배급과 물 부족, 세탁 중단 문제는 대부분 해소됐다고 전했다. 미 해군은 전쟁으로 기존 보급 거점 이용에 차질이 생겼지만 현재 함정에는 깨끗한 물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냉방시설, 영양가 있는 식사가 계속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생활 여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제기된 열악한 함내 여건 보도를 “또 다른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레빈 의원은 헤그세스 장관이 장병들에게 온수와 정상적인 화장실, 제대로 된 식사조차 제공하지 못하면서 가족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았다고 반박했다.

[노르망=AP/뉴시스]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6일(현지 시간) 프랑스 노르망디 콜빌쉬르메르의 미군 묘지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2주년 기념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2026.06.07.
한편, 링컨함의 파병 종료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디언에 따르면 헝 카오 대행은 가족들에게 미 해군이 링컨함의 임무를 넘겨받을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모전단의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군은 작전 보안을 이유로 교대 시점과 링컨함의 귀환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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