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미숙아 언어장애 조기모델 개발
좌측 편도체 부피 클수록 언어장애 위험 1.8배↑
의료진은 A군이 미숙아로 태어난 만큼 성장 과정에서 신경 발달을 조금 더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MRI를 다시 정밀 분석한 결과, 일반적인 영상 판독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영상을 학습해 분석한 결과, 왼쪽 뇌에서 감정·사회적 반응에 관여하는 편도체가 또래보다 다소 크게, 학습·기억에 관여하는 해마는 다소 작게 나타났다.
의료진은 이 결과를 '현재 언어장애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았다. 대신 향후 언어 발달 지연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신호로 판단해 A군을 발달 추적 관찰군으로 분류했다. 이후 정기적인 영유아 발달검사와 함께, 부모에게 소리에 대한 반응, 눈맞춤과 사람 목소리에 대한 관심, 옹알이의 시작과 증가, 부모의 말소리를 모방하려는 행동 등을 세심하게 관찰하도록 안내했다.
생후 6개월 무렵까지 옹알이가 충분히 늘지 않거나 사람의 목소리·소리에 대한 반응이 또래보다 떨어지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소아청소년과나 발달 전문 진료를 통해 청각과 발달 상태를 다시 확인하도록 했다. 이후 12개월 전후에도 옹알이나 의사소통을 위한 몸짓이 부족하거나, 18개월 무렵까지 의미 있는 단어가 거의 늘지 않는다면 언어평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방식이다.
김현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세현 전북대학교 학생)가 개발한 발달성 언어장애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의 모의환자 사례다. 미숙아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퇴원하기 전 촬영한 MRI를 AI가 분석해 뇌 세부 용적과 발달성 언어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김현호 교수는 후기 미숙아의 신생아기에 촬영해 둔 MRI를 자동 부피 측정 소프트웨어로 분석해 뇌 영역별 부피를 재고, 이를 머신러닝 모델에 적용해 그 값이 이후 만 2~6세경 언어지연과 얼마나 연관되는지를 살펴봤다.
의료진이 영상을 통해 뇌 구조를 일일이 측정하는 대신, AI가 뇌의 여러 영역을 자동으로 분할하고 용적을 정량화해 또래 또는 기준 집단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신생아기 MRI의 정량 분석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이후 언어발달 지연 위험을 살펴보는 것이다.
김현호 교수는 "다만, 아직은 개별 아이의 언어장애를 확률을 산출하는 단계는 아니고 뇌 MRI에서 언어지연과 통계적으로 관련이 있어 보이는 구조적 단서를 찾아본 연구에 가깝다"며 "이번 분석에서 신생아 시기에 좌측 편도체가 상대적으로 크거나 좌측 해마가 상대적으로 작을수록 아이일수록 성장하면서 이후 언어 지연과의 연관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미숙아의 언어장애 진단은 자격을 갖춘 언어치료사가 표준화된 검사를 통해 아이의 언어 능력을 직접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신뢰도가 높은 방법이지만 아이가 어느정도 자라 말로 검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만 3세가 넘어야 검사가 가능하다는 시간적 한계가 있다. 뇌 초음파나 MRI 등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또 장기간의 추적 관찰도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진이 개발한 AI 모델은 출생 직후 촬영한 MRI 데이터만으로도 향후 발달성 언어장애 발생 가능성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김현호 교수는 "AI가 신생아기에 찍어둔 MRI를 자동으로 측정해 비교적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며 "언어 평가가 가능해지기 전에 위험군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생아기 MRI 영상을 통해 미리 언어장애를 예측할 수 있다면 증상이 나타나기 전 치료 개입 시기를 앞당겨 아이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호 교수는 "조기에 개입할수록 이후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언어지연이 예상되는 아이의 경우 퇴원 시점부터 재활 치료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신 주수 기준으로 34주 이상 ~ 37주 미만에 태어난 후기 미숙아의 경우 초극소 미숙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강하다고 여겨지다 보니 언어발달 문제가 다소 간과돼 온 면이 많다. 단순히 '또래보다 말이 늦다'고 생각하고 뒤늦게 인지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고, 검사가 가능한 만 3세가 되기 전 언어장애 여부를 미리 알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다.
김 교수가 이 모델을 만들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보호자들은 아이의 언어 발달을 많이 걱정하고 조금이나마 미리 알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데 실제로는 언어 지연이 적지 않게 나타나는데도 그 뇌과학적 배경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아, 그 부분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생아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고 이를 분석할 연구팀을 꾸리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며 "후기 미숙아에 딱 맞는 정상 기준값이 없어 해석을 신중히 해야 했던 것도 쉽지 않았다. 데이터 불균형, 후향적 자료라는 한계 등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언어발달이 고전적인 언어 영역뿐 아니라 편도체·해마 같은 정서·기억 관련 부위와도 이어져 있다는 점을 영상으로 조금이나마 보여준 것 같아 그 부분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뇌 부피 측정과 머신러닝을 함께 활용한 이 방법이 위험을 조금 일찍 살피고 다음 연구의 실마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더 검증이 필요하고 갈 길이 멀지만 위험이 있는 아이를 조금이라도 일찍 찾아 개입 시기를 앞당기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향후 신경계 질환, 난치성 종양 등과 접목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그는 "이번에 사용한 방법 자체는 특정 질환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비교적 두루 적용해 볼 수 있는 접근이라, 원리상으로는 다른 영역으로 넓혀갈 여지가 있다"며 "기능적 MRI나 확산텐서영상, 유전·환경 자료를 함께 보는 종단연구 쪽과 선천성 기형에 따른 뇌 신경계 발달을 유전 데이터와 융합해 언어발달을 예측하는 연구 등도 앞으로 진행해 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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