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호남 반도체, 전력 늦어 팹 건설 차질 없도록 책임"
원전 계속운전 10→20년 제안엔 "합리적 방안 검토"
해수온 상승에 원전 냉각수 한계 근접…"취수구 조정 등 대책"
[세종=뉴시스]김동현 임소현 손차민 이수정 기자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송전망 건설 계획을 제12차 전기본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신규 전력수요는 조정하고 기존 철탑을 복층화하는 방식으로 신규 철탑 건설을 최대 40%가량 줄이는 한편,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전력 공급이 늦어 공장 건설이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지역 반발에 대한 대응을 묻자 "부적절한 신규 수요가 있다면 조정을 해야 할 것 같고, 꼭 필요한 경우에도 기존 철탑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철탑을 단층에서 복층, 3복층으로 활용할 경우 신규 철탑 숫자를 대략 4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을에 가까운 곳은 비용이 들더라도 최대한 지중화해 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송전선로 경과지 선정 과정에도 주민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경과지 선택 과정에서 주민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꽤 있다"며 "해당 과정도 민주화를 추진하고, 불가피하게 송전선로가 지어질 경우 지원금을 가시적·심리적 피해가 있는 주민들에게 최대한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요 자체를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송전망을 건설하는 지역에는 마을 우선 지원과 피해에 대한 직접 보상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송전망 반대대책위원회와는 공식적으로 세 차례 협의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일부는 송전망 건설을 원천적으로 백지화하라고 하고 일부는 정책 취지를 이해하고 동의하는 분들도 있다"며 "정책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용인과 호남의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인이든 호남이든 반도체 팹 건설에 전력이 늦어서 건설이 안 되는 일이 없도록 책임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서는 "SK하이닉스는 산업단지가 조성돼 1기 팹이 조성되고 있고 삼성전자는 국가산단 토지 매입 단계"라며 "전력 공급이 늦어졌다기보다 토지 조성 과정에서 지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의 전력 공급 문제는 3단계로 추진되는데 대체로 협약이 끝난 상황"이라며 "충남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고 LNG 대체 물량을 용인으로 옮겨 짓는 것이 1단계이고 2~3단계는 별도의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 공급 때문에 삼성 반도체가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조만간 용인 지역 2~3단계 전력 공급과 관련한 협약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3대 메가프로젝트의 전력 수급과 관련해서는 "2030년까지 전혀 걱정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수도권은 전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다른 지역에서 전기를 가져와야 하는 상황인 만큼 송전망 확충 필요성은 여전히 있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전기는 일종의 거대한 수영장과 같아서 지산지소를 원칙으로 하더라도 전국 송전망의 연결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다"며 "송전망은 12차 전기본에서 재검토를 하겠지만 송전망의 필요성은 여전히 있다"고 답변했다.
호남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용수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장관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극한 가뭄 상황에서 호남 메가프로젝트의 용수 확보 가능성을 지적하자 "대한민국 5대강은 극한 가뭄이 오더라도 하천수 자체가 말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용수를 공급하는 댐의 저수율이 갈수기에 부분적으로 낮아지는 경우가 있지만 주요 강줄기와 댐, 댐과 댐을 연계해 물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다"며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생활용수 공급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용인 반도체는 한강에서 공급하고 호남 반도체는 영산강과 섬진강에서 공급한다"며 "이 강물이 마르지 않는다. 이를 잘 감안해서 공급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호남 반도체 육성에 대해서는 "용인은 되고 호남은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라며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일극 집중을 막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에 맞춰 용수와 전력 계획을 체계적으로 잘 세워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원전 계속운전 제도 개선 가능성도 열어뒀다.
나 의원이 원전 계속운전 허용기간을 현행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하자 김 장관은 "현재 그 체계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소관이기는 하다"면서도 "10년과 20년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일지 검토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해수온 상승에 따른 원전 운영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최근 바닷물에서 원전을 냉각하는 취수온도가 거의 한계치까지 오고 있다"며 "한수원이나 정부도 굉장히 예민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문제 때문에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취수구 위치를 조정하거나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의 폐열을 재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 장관은 "물에 담겨 있는 온배수가 사실 에너지인데 이를 에너지로 쓰지 못하고 바다에 버려 사실상 낭비하는 측면이 있다"며 "석탄발전이나 원전에서 사용된 물의 에너지를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반도체에서 발생한 폐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석탄발전소나 원전발전소에서 나오는 폐열도 열로 재활용하고 바다의 온배수로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책을 찾겠다"고 했다.
발전 5사 통폐합과 전력산업 구조 개편도 추진한다. 김 장관은 발전 5사 통폐합 연구용역과 관련해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통폐합 과정에서도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5사가 새롭게 거버넌스를 잘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AI 혁명 시대와 기후위기 시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탄소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발전원을 최소화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섞어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가스 미보급 지역은 도시가스망을 새로 확충하기보다 히트펌프를 통한 냉난방 전기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김 장관은 "도시가스 미보급 지역은 굳이 도시가스를 보급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며 "히트펌프 보급을 통해 냉난방을 전기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혔다.
LNG 기반 연료전지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것을 전제로 과도기적으로 LNG 기반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계속되고 있다"며 "차라리 LNG 발전을 그냥 하면 되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연료전지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고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과거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공방에서는 "탈원전을 제일 먼저 한 분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아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박근혜 정부가 합법적으로 수명 연장된 고리 1호기의 폐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전 세계적으로 탈석탄을 빨리 해야 하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어려운 여러 문제가 있다"며 "일부 원전을 보완해서 쓸 수밖에 없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체계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shlim@newsis.com, charming@newsis.com, crysta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