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가 다시 펼쳐낸 니나의 날갯짓…연극 '갈매기'[객석에서]

기사등록 2026/08/11 15:31:20

전미도, 15년 만에 '갈매기'서 니나 역…연극은 8년 만

소녀 같던 초반과 실패 겪은 후반 변화 선명히 그려

공연은 8월 31일까지 티켓링크 1975 씨어터

연극 '갈매기' 포스터. (극단 맨씨어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온 니나는 이전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세상을 향한 설렘으로 가득했던 모습 대신 삶에 지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꿈을 향한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나는 갈매기에요." 자신을 상처 입은 '갈매기'에 빗대던 니나는 이내 말을 고친다. "아니, 나는 배우예요."

지난 9일 극단 맨씨어터의 '갈매기'가 개막했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인 '갈매기'는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뜨레쁠레프와 무대를 동경하는 니나 등을 통해 사랑과 예술, 성공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다룬 작품이다.

뜨레쁠레프는 유명 배우인 어머니 아르까지나의 인정을 바라며 자신만의 연극을 선보인다. 연인 니나는 그의 연극에 출연하지만, 아르까지나의 연인인 유명 작가 뜨리고린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니나는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사랑도 꿈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실패와 상실을 겪은 뒤 돌아온 니나는 여전히 어머니의 인정과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는 뜨레쁠레프와 다시 마주한다.

무대 위 인물들은 저마다의 열망과 가혹한 현실 사이에서 방황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니나 역을 맡은 전미도다. 전미도는 2011년 이후 15년 만에 다시 니나를 연기한다. 연극 출연은 2018년 '오슬로' 이후 8년 만이다.

극 초반 전미도가 연기하는 니나는 순수하고 당찬 꿈 많은 소녀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에게선 생기가 넘친다.

실패와 상실을 겪고 돌아온 후반부에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움츠러든 몸과 힘없는 목소리, 불안해 보이는 눈빛은 니나가 지나온 고통의 시간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니나는 마냥 무너져 있지만은 않다. 비참했던 시간을 토로하면서도 배우로서 살아가야겠다는 의지만큼은 놓지 않는다. 전미도는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며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니나의 변화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연극 '갈매기' 무대 사진. (극단 맨씨어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춤 같은 움직임을 통해 인물들 사이의 감정과 관계를 드러내거나,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물이 차오르는 무대 등의 연출도 눈길을 끈다.

체호프는 '갈매기'를 두고 희극이라고 했다. 멀리서 지켜보면 이들의 삶은 다소 우스꽝스럽게도 보인다. 객석에서도 자주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가까이서 들여다본 이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엇갈리는 사랑에 괴로워하고, 성공을 잃을까 전전긍긍한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을 질투한다. 어디 이들의 삶만 그럴까.

꿈과 사랑 앞에 좌절하는 뜨레쁠레프나 니나는 물론 명성과 사랑, 그 무엇도 놓치고 싶지 않은 아르까지나, 내면에 공허함을 가진 유명 작가 뜨리고린, 지나간 삶을 아쉬워하는 소린, 고단한 삶과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마샤, 그런 마샤를 사랑하는 가난한 메브베젠꼬까지.

등장인물 중 누구 하나쯤은 공연을 지켜보는 자신의  모습과 닮은 구석이 있을 법하다. 인물들의 몸부림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공연은 오는 31일까지 티켓링크 1975 씨어터.
연극 '갈매기' 출연진. (극단 맨씨어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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