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폭행 삼촌에 "변태XX, 와봐!" 흉기 든 조카, 유죄?…대법이 뒤집었다

기사등록 2026/08/12 06:00:00 최종수정 2026/08/12 06:03:06

70대 삼촌, 성추행 폭로 뒤 집 찾아가 폭행·협박

흉기로 맞선 조카, 특수협박 혐의…1·2심 유죄

대법 "계속된 부당 공격에 대응…전체 상황 봐야"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어린 시절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하자 집까지 찾아와 폭행하고 가위로 위협한 삼촌에게 맞서 부엌칼을 든 조카의 행위는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6.08.1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어린 시절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하자 집까지 찾아와 폭행하고 가위로 위협한 삼촌에게 맞서 흉기를 든 조카의 행위는 정당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정 내 상호 폭력 상황에서 애초 피해자였던 사람이 방어적으로 흉기를 든 경우, 다툼 경위와 가해·피해의 선후·정도 등 구체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A(39·여)씨의 특수협박 혐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1월 부엌칼을 들고 삼촌 B(76)씨에게 "변태 XX야 죽고 싶으면 너나 죽어. 죽고 싶으면 와 봐라"라고 말하며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A씨는 어린 시절 B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가족들에게 폭로했다. 이에 격분한 B씨는 A씨 집을 찾아가 귀가한 A씨의 얼굴을 때렸다.

A씨와 함께 지내던 이모가 싸움을 말렸음에도 B씨는 서랍을 던지고 A씨를 폭행한 데 이어 가위를 들고 "너 죽이고 나 죽으면 된다"며 위협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약 3주간 치료가 필요한 손가락 상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도 부엌칼을 들고 맞섰으며 직접 112에 신고했다. 이후 B씨가 가위를 내려놓자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칼을 들고 있었을 뿐 추가로 위협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특수협박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B씨가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가 A씨의 행동 자유를 억압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범행 경위에 참작할 부분 등이 있다며 벌금 300만원의 집행을 1년간 유예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인 정당행위인지 판단할 때 목적과 동기, 수단과 방법, 법익 균형, 긴급성, 보충성 등을 구체적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가 귀가 직후 갑작스러운 폭행을 당했고, 싸움이 일단 중단된 뒤에도 B씨가 다시 폭력을 행사하고 가위로 생명까지 위협한 만큼 추가 가해 없이 상황이 끝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고 봤다.

A씨가 부엌칼을 든 것도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공포심에서 한 행위"이자 "B씨의 추가 가해행위를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다툼의 발단과 경위상 B씨의 책임이 더 중하고 A씨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점, 피해 정도도 A씨가 더 큰 점, 직접 112에 신고한 뒤 추가 위협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

대법원은 A씨의 행동이 "B씨의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 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라며 "정당행위의 요건을 갖춰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아울러 칼을 든 행위 자체는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 행위만 떼어 정당행위 성립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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