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허준희 인턴 기자 = 유럽 육상계가 여성 선수의 신체 노출과 성적 대상화를 막기 위한 새로운 중계 가이드라인 도입을 두고 술렁이고 있다.
9일(현지 시간) 영국 BBC 보도 및 네덜란드 매체 누.엔엘(NU.nl) 보도에 따르면, 유럽 육상계에서는 여성 선수의 신체 노출과 성적 대상화를 막기 위한 새로운 중계 가이드라인 도입을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유럽방송연맹(EBU)은 최근 여성 선수의 불필요한 성적 대상화를 방지하기 위해 경기 중 특정 신체 부위를 장시간 클로즈업하거나 선수 뒤·아래에서 촬영하는 낮은 각도 구도, 경기 내용과 무관한 느린 동작 등을 지양하는 새로운 권고안을 마련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육상 혼성 1600m 계주 금메달리스트인 리케 클라버는 이번 조치에 공감하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클라버는 "여성에게 자극적인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않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여성의 몸이 새로운 규정의 희생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과거 "여성의 몸이 다시 금기의 대상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지나친 촬영 제한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는 경기 중 엉덩이나 속옷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에 대해 "우리에게는 몸이 있고, 달릴 때 당연히 신체가 움직이기 마련"이라며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을 거두어야지, 여성의 몸 자체가 금기시되거나 화면에서 지워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튼살이나 자연스러운 신체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네덜란드의 원반·포환던지기 대표 선수인 조린데 판클링컨은 "여성 스포츠에서 성적 대상화를 줄이려는 시도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많은 사람들이 여성 스포츠를 순전히 아름다운 몸매를 보기 위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단순히 스포츠 중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가진 훨씬 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장대높이뛰기 선수인 홀리 브래드쇼는 과거 경기 중 슬로우 모션 영상 때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악성 댓글과 모욕에 시달렸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중계 방식의 변화 필요성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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