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나무 그림자 분석해 '그늘 많은 길' 추천
SNS에 소개되며 입소문…"폭염에 필요한 앱"
대학생이 개발…"대중교통·실시간 혼잡도 연계 추진"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이송이 인턴기자, 우연지 인턴기자 = "18분 걸리지만 그늘로 갈까, 14분 만에 햇볕을 뚫고 갈까."
서울 낮 최고기온이 39도를 기록한 지난 5일 오전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연남동 주민센터까지 한 애플리케이션이 안내한 ‘그늘 많은 길’을 따라 걸어봤다. 최단 경로보다 4분 더 걸리는 경로였지만, 강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구간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처럼 햇빛을 피해 그늘진 길로 이동할 수 있도록 경로를 안내하는 지도 애플리케이션 ‘그늘로: 뚜벅의 여름길’(그늘로)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늘로’ 앱에서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연남동 주민센터까지 경로를 검색하자 18분이 걸리는 '그늘 많은 길'과 14분이 걸리는 ‘최적 경로'가 표시됐다. 최적 경로는 기존 지도 앱이 안내하는 최단 거리 경로와 동일했다.
‘그늘 많은 길’은 경의선숲길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였다. 숲길에서는 양옆 나무 아래로 그늘이 이어졌고, 이후에도 가로수가 있는 구간이 비교적 많아 강한 햇빛을 직접 받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또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3번 출구 방향으로 이동할 때는 지하철역 내부의 지하 통로를 지나도록 안내했다. 폭염 탓에 지하 통로가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햇빛은 피할 수 있었다.
반면 기존 지도 앱의 최단 경로는 주택가와 도로변 골목으로 이어졌다. 일부 건물 그림자가 드리운 구간을 제외하면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었고,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그늘을 따라 걷기 어려운 구간도 있었다.
실제 이동 시간은 두 경로 모두 앱이 제시한 예상 시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늘 많은 길’이 최단 경로보다 약 4분 더 걸렸지만, 숲길과 지하 통로 등을 활용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구간은 상대적으로 많았다.
'그늘로'는 인공지능(AI)가 건물 그림자의 위치와 크기 등을 분석해 그늘이 많은 보행 경로를 추천한다. 이용자는 햇빛 선호도와 경사도, 언덕·계단 제외 여부, 길의 혼잡도, 우회 가능 범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지하철 약냉방칸과 빠른 환승 출입구, 그늘 좌석 등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한다.
이처럼 폭염 속에서 ‘그늘길’을 찾아주는 앱을 만든 사람은 대형 IT 기업이나 전문 개발자가 아닌 대학생이었다.
‘그늘로'는 지난달 13일 대학생 유민준(23)씨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6월 전역한 유씨는 처음에는 토스를 통해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했다.
서비스가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SNS였다. 한 이용자가 스레드에 '그늘로’를 소개하면서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고, 폭염이 이어지면서 관심도 더욱 커졌다. SNS에서는 '그늘로' 앱에 대해 "그늘까지 길찾기에 활용한 발상이 진짜 신박하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사람 살리는 앱", "지금 가장 필요한 앱"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유씨는 당시 스레드에 "누가 SNS에 올린 것을 기점으로 밤새 이용 요청이 늘어서 깜짝 놀랐다"고 적었다.
유씨가 앱을 만든 계기는 평소 걷기를 좋아하면서도 여름철 햇빛이 강한 날에는 그늘 없는 길을 오래 걷기 어렵다는 생각에서였다.
유씨는 뉴시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요즘 여름은 예전보다 훨씬 뜨거워졌다고 느꼈다"며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늘이 없는 길은 오래 걷기 어려워 직접 그늘길을 안내하는 앱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그늘로’는 공공지도인 오픈스트리트맵(OSM)의 보행망을 활용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도 있지만 유씨는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며 보완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유씨는 앞으로 대중교통과 연계한 기능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저와 같은 뚜벅이들을 중점으로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현재 대중교통 복합 경로나 실시간 대중교통 정보를 지원하는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으며, 통신사 기반 실시간 혼잡도와 같은 데이터들의 연동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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