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가능한 사랑' 베네치아 초청
이창동 영화 24년만에 경쟁부문 진출
황금사자상 놓고 다투는 경쟁작들은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누구도 황금사자상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이름 하나 하나가 화려하다. 황금종려상 경력자가 있는가 하면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양손에 쥔 스타 감독도 있다. 연극과 영화 양쪽 모두에서 천재로 불린 작가 겸 감독이 있고, 배우이자 연출가로 모두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낸 이들도 있다. 언제 그런 적 없었겠냐마는 올해 베네치아영화제는 또 한 번 차고 넘친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이 있다. 이 감독은 새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2002년 '오아시스' 이후 24년만에 베네치아 경쟁부문에 가게 됐다. 이 감독은 베네치아영화제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세 번째 연출작 '오아시스'로 은자사상 감독상을 받으며 세계가 인정한는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다만 이 감독은 그의 영화를 지지해준 베네치아에서 아직 최고상을 손에 넣진 못했다. 이번엔 가능할까.
◇24년만에 베네치아 가는 이창동
이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베네치아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올해 베네치아에서 이 감독은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배우들과 동행한다. 이번 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는 설경구·전도연·조여정·조인성. 이 중 설경구와 전도연은 이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설경구는 이 감독의 '박하사탕'(2000)으로 이름을 알렸고 '오아시스'에서 주인공 '홍종두'를 연기해 이후 국내 최고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리고 이 감독과 함께 은사자상 영광을 함께 누렸따. 설경구가 이 감독 영화에 나오는 건 '오아시스' 이후 처음이다. 전도연은 이 감독과 '밀양'(2007)에서 협업한 적이 있다. 전도연은 이 작품으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칸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전도연 역시 이 감독과 19년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을 마주하고 숨겨졌던 욕망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도연이 '미옥'을, 설경구가 미옥의 남편 '호석'을 맡았다. 조인성은 '상우'를, 조여정이 상우의 아내 '예지'를 연기했다.
◇황금종려상 경력자들의 진격
올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이 감독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진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물론 칸에서 수 차례 경쟁 부문에 진출해 심사위원상 등을 받은 칸의 남자였다. 그런 그가 이번엔 베네치아로 향한다.
고레에다 감독이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룩 백'. 만화를 매개로 만난 두 소녀 '후지노'와 '쿄모토'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이 주목 받는 건 고레에다 감독과 '체인소맨' 시리즈의 후지모토 타츠키 작가의 만남 때문이다. '체인소맨'은 전 세계에서 3600만부가 플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린 작품. '룩 백'은 후지모토 작가가 2021년에 내놓은 143쪽 짜리 단편만화가 원작이다.
고레에다 감독이 '룩 백'을 실사화 한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업계는 일본영화계 거장과 일본 만화계 차세대 거장의 만남이라는 표현을 썼었다.
올해 베네치아엔 황금종려상 수상자가 한 명 더 있다. 이탈리아 거장 난니 모레티다. 모레티 감독은 2001년 '아들의 방'으로 칸에서 최고상을 받은 적이 있다. 올해 가져온 영화는 'It Will Happen Tonight'. 모레티 감독 영화가 베네치아 경쟁부문에 초청된 건 1989년 이후 37년만이다.
◇스타와 천재
올해 경쟁부문에 온 감독 중 영화 팬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은 바로 대니 보일 감독일 것이다. 보일 감독 영화가 베네치아에 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그는 20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받은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트레인스포팅'(1996) '28일 후'(2002) 등 기념비적인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보일 감독이 이번에 내놓는 '잉크'는 루퍼트 머독이 '더 선'을 인수해 영국 최대 판매 부수 신문으로 키우는 과정을 담았다. 배우 가이 피어스, 잭 오코널 등이 출연했다.
이번 베네치아에서 주목해야 할 영국 연출가는 또 있다. 연극에서 경력을 시작해 그 천재성을 인정 받아 '21세기 셰익스피어'라는 극찬을 받아온 마틴 맥도나 감독이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그는 '쓰리 빌보드'(2017) '이니셰린의 밴시'(2022)로 두 차례 베네치아 각본상을 받았다. 베네치아에서 각본상을 2회 이상 받은 건 맥도나가 유일하다. 한 마디로 맥도나 감독은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맥도나 감독의 새 영화 '와일드 호스 나인'(Wild Horse Nine)은 1973년 칠레를 배경으로 이스터섬으로 파견된 두 CIA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존 말코비치, 샘 록월, 스티브 부세미, 톰 웨이츠 등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 이름 기억하셔야 합니다
국내에서 인지도는 낮지만 시네필에겐 익숙한 거물이 한 명 있다. 베르너 헤어조크. 1970년대 뉴 저먼 시네마 기수 중 한 명인 그는 극과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영화를 만들었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하는 등 배우로도 활동해왔다. 수상 경력도 인상적이다. 1968년 베를린영화제에서 동곰상, 1975년 칸에서 심사위원대상, 1982년 칸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해 베네치아에서 명예황금사자상을 손에 넣기도 했다.
헤어조크 감독이 2019년 이후 처음 내놓은 극영화인 'Bucking Fastard'는 쌍둥이 자매가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 상상의 땅을 찾아 터널을 파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자매 관계인 케이트 마라와 루니 마라가 쌍둥이를 연기했고, 올랜도 블룸 등이 함께했다.
헤어조크 감독처럼 일반 관객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올해 베네치아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감독이 또 한 명 있다. 신작 'Mr. Nelson, Did You Kill People?'을 들고 돌아온 일본 츠카모토 신야 감독이다. 츠카모토 감독은 앞서 경쟁부문에 두 차례 초청된 적이 있고, 오리종티 부문에선 3차례 상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베네치아와 인연이 깊은 연출가다.
1980년대 후반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츠카모토 감독은 일본 컬트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혼자서 연출·각본·촬영·편집 등을 모두 맡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력 전반부엔 사이버펑크·바디호러 등을 만들다가 최근 10년 사이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내놓고 있다. 이번 새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전쟁과 살생을 다룬 작품으로 전해진다.
◇패틴슨·크루즈·바르뎀…스타 배우도 있다
이밖에도 올해 베네치아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 즐비하다. '더 파더'로 오스카 각색상을 받은 플로리언 젤러 감독의 새 영화 '벙커'가 그 중 하나다.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이 주연한 이 작품은 억만장자를 위해 생존용 벙커를 짓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앞서 4차례 베네치아 경쟁부문에 작품을 올려놓은 적 있는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a good little soldier'도 놓쳐선 안된다. 브리제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뱅상 랭동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췄고, 알바 로르바허가 주연했다.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하는 랜스 오펜하임 감독의 '프라임타임',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케이시 애플렉이 연출한 '컴퍼니'도 있다. 미국 방송 진행자 크리스 한센을 연기한 패틴슨은 벌써부터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란 정부 탄압을 받으면서도 계속 영화를 만들고 있는 알리 아스가리 감독의 'A Bit of Light',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수전 서랜던이 주언한 안드레아 팔라오로 감독의 'The Echo Chamber'도 주목해야 한다. 83회 베네치아영화제는 다음 달 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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