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범죄 매년 증가…전국 43만건 넘어
전과자 중 사기 동종 재범 40%에 달해
전문가들 "사기 범행 증가 막기 어려워"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이번에 사기를 당하면서 느낀 건데 정말 사기 치기 좋은 나라가 대한민국인 것 같습니다" 지난 4월29일 부산지법 352호 법정에서 사기 범행 가해자를 마주한 피해자 A씨가 방청석에서 한 말이다. A씨는 재판부에 "엄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사기는 정말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집을 알아보던 B씨는 임대인과 7500만원의 전세 계약을 체결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소위 전세사기를 당했다. 이 업자는 B씨뿐만 아니라 총 1억5500만원의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부쳐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편취 고의성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는 재판부 판단 때문이다.
27일 부산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관내 사기 범죄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21년 2만6079건이었던 사기 범행 건수는 2022년 2만7535건, 2023년 2만8485건, 2024년 3만441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도 3만2978건(잠정)으로 증가 추이는 동일하다.
전국 추세도 같다. 2021년 전국에서의 사기 범행은 29만4075건 발생했지만, 매해 늘어 지난해는 43만693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사기 범죄는 재범률도 유독 높다. 2024년 전국에서 사기 범죄로 검거된 피의자 21만1051명 중 전과자는 9만7001명, 이 중 동종 범죄의 재범은 3만6863명으로 전과자 중 사기 재범률은 약 40%에 달한다.
범죄가 나날이 지능화·정교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단순히 친분을 이용한 범죄에서 나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위조문서나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미끼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보이스피싱·노쇼 사기 등 대규모 범죄도 교묘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도, 무죄를 선고받는 사례도 적잖다. 범행 당시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가로채려는 행위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피해금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배상받기도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사기 범죄의 증가세를 막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처음 보는 사람과 비대면으로 돈을 주고받는 상황이 크게 늘었고, 접점이 늘면 그 자체로 사기 시도와 성공 건수도 증가하기 쉽다. 또 한국인의 주민등록번호는 공공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속적·반복적으로 유출돼 왔는데 최근 사기 범행은 묻지마식 대량 살포형이 아닌 표적형으로 바뀌며 그 성공률도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용 동서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사기죄는 대표적인 경제적 이득 추구 범죄로 설사 적발돼도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은 작다'는 계산이 재범을 부추긴다"며 "특히 점조직 형태로 이뤄지는 범죄의 경우 보통 하급 인출책 정도만 잡히고 조직 최상층은 처벌되지 않기에 지속적인 범행을 막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낮은 형량이 문제라는 시각도 있지만, 처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사기죄의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당히 중하고 가중처벌도 하고 있어 타국과 비교해도 가볍지 않다"며 "사기 범죄 증가세의 배경에는 적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현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기에 적발률이 증가할 수 있도록 수사 기법의 고도화, 국제공조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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