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밀어붙인 트럼프, 아들·사위·장관까지 얽혔다…백악관 "이해충돌 조작"

기사등록 2026/07/27 04:00:00

웨스팅하우스, 사우디 AP1000 공급 후보로 거론

트럼프미디어는 8.8조원 핵융합 합병 추진

두 아들·쿠슈너·실세 각료도 원자력 사업과 연결

[워싱턴=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 원자력 산업 협력을 위한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1월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함께 서 있는 모습. 2026.07.23.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국 원전 기술을 제공하는 협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트럼프 가족과 각료·후원자가 관여했거나 투자한 기업들도 원전 확대정책의 잠재적 수혜자로 거론됐다. 이들이 사우디 협정을 설계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행정부의 원전정책과 주변 인사들의 관련 사업이 여러 층위에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사우디 협정과 트럼프 행정부의 원전 확대정책에 연결된 기업·투자자를 추적한 결과, 트럼프 가족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후원자 피터 틸 등이 원전정책이 실행되고 산업이 성장할 경우 투자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지난 22일 민간 원자력 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사우디의 이스라엘 수교와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후속 절차 진행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협정은 미국 의회의 심사도 받아야 해 원전 건설과 기업 참여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전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급증한 전력 수요가 있다. 이 같은 전력 수요를 겨냥해 투자자들은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 핵연료용 우라늄 생산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가족과 측근의 사업 가운데 사우디 협정과 직접 연결된 것은 일부이며, 나머지는 미국 원전산업 전반이 성장할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다.

백악관은 원전정책이 트럼프 대통령 주변 기업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행정부의 원전 확대정책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언론이 근거 없는 이해충돌 의혹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우디 사업과 직접 연결된 기업으로는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거론된다. 사안을 아는 관계자 3명은 웨스팅하우스가 대형 원자로 AP1000을 사우디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에 말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3일 미국 백악관 잔디밭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2026.05.23.
트럼프 대통령의 신탁이 지분을 보유한 트럼프미디어앤드테크놀로지그룹도 원자력 사업에 진입하고 있다. 트럼프미디어는 2025년 12월 핵융합기업 TAE테크놀로지스와 60억달러(약 8조8000억원) 이상의 주식교환 합병계약을 맺었다. 합병은 주주·규제기관의 승인을 거쳐 2026년 4분기 또는 그 이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TAE가 개발하는 핵융합 기술은 AP1000이 이용하는 핵분열 방식과 원리가 다르지만, 합병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 신탁이 보유한 트럼프미디어 지분 가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도 2025년 11월 투자조합을 통해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동위원소를 개발하는 퀀텀리프에너지의 공동 소유주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측은 국가에 도움이 되는 기업에 투자할 뿐, 투자기업을 대신해 연방정부와 접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에릭 트럼프는 NYT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1기 행정부 백악관 선임고문이었던 재러드 쿠슈너는 당시 사우디의 미국 원전 기술 도입 문제를 논의했으며,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의 수교를 이끈 아브라함 협정에도 관여했다. 퇴임 뒤에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쿠슈너의 투자회사 어피니티파트너스에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맡겼다. 다만 사우디는 현재 원전 사업비를 자체 조달할 계획이며, 어피니티가 이 사업에 투자한다는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경제·에너지 정책을 맡은 두 장관도 관련 기업과 과거 사업 관계가 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행정부에 합류하기 전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를 이끌었고,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소형 원전기업 오클로의 이사를 지냈다.

러트닉 장관의 연결고리는 두 갈래다. NYT에 따르면 캔터피츠제럴드는 지난 1년간 오클로와 에너지퓨얼스, 앙코어에 자금조달을 주선하고 수백만 달러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들 기업은 정부 인허가와 재정지원, 사업계약을 신청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상무부는 러트닉 장관이 윤리규정상 처분 대상이 된 가족기업 지분을 모두 매각해 이해충돌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AP/뉴시스]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6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하원 감독위원회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가 엡스타인 의혹으로 의회 조사를 받는 것은 러트닉 장관이 처음이다. 2026.05.07.
두 번째 연결고리는 웨스팅하우스 공동 소유주인 브룩필드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은 브룩필드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51%, 캐나다 우라늄기업 카메코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브룩필드는 러트닉 장관의 두 아들이 경영하고 일부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회사 뉴마크와도 거래해왔다. 미국 정부는 2025년 10월 브룩필드·카메코와 웨스팅하우스 원자로 건설을 위한 전략적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전역에 최소 800억달러(약 116조9000억원) 규모의 원전을 짓는다는 구상으로, 800억달러는 확정된 원자로 주문액이 아니라 장기 건설 목표액이다. NYT는 러트닉 장관이 협상에 관여했다고 전했다.

라이트 장관의 경우 오클로와의 과거 관계가 쟁점이다. 그는 상원 인준을 받은 2025년 2월3일 오클로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오클로가 정부 인허가와 지원사업에서 부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오클로는 라이트 장관이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회사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후원자이자 JD 밴스 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인 피터 틸은 핵연료기업 제너럴매터의 주요 투자자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1월 이 회사와 고순도 저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최대 9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 대금은 10년에 걸쳐 사업 이행 단계에 따라 지급된다. 제너럴매터는 정부 지원이 바이든 행정부 때 시작됐으며 밴스 부통령 취임 뒤에는 그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치 후원자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거액을 기부한 빅테크 기업들도 원전 전력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과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했고, 일부는 AI를 활용해 에너지 연구·개발을 가속하는 에너지부의 ‘제네시스 미션’에도 참여했다. 이들의 원전 투자는 사우디 사업 참여보다는 미국 내 원전 확대에 따른 전력 확보와 더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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