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킴, '노웨어(Nowhere)' 미로서 건져 올린 '지금, 여기(Now Here)' 직감

기사등록 2026/07/22 08:43:29

오늘 정규 2집 '엑시트 투 노웨어' 발매

13년 만의 정규 음반

청각을 넘어 후각과 공간감을 깨우는 '지금, 여기'의 음악

[서울=뉴시스] 림킴. (사진 =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제공) 2026.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싱어송라이터 림킴(LIM KIM·김예림)의 시간은 선형으로 흐르지 않는다. 2013년 정규 1집 '굿바이(Goodbye) 20'에서 스무 살의 경계선을 노래하던 그는, 2019년 EP '제네레아시안(GENERASIAN)'을 통해 동양인 여성이라는 낡고 납작한 편견의 벽을 강렬한 사운드로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 데뷔 13년 만인 22일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를 통해 당도할 두 번째 정규 앨범 '엑시트 투 노웨어(Exit to Nowhere)'. 정규로 따지면 무려 13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흘렀으나, 이 앨범은 과거를 박제해 회고하는 대신 철저히 '지금, 여기(Now Here)'의 감각에 몰두한다.

음악은 종종 보이지 않는 건축물이 된다. 전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라이카 시네마에서 열린 '엑시트 투 노웨어' 발매 기념 음악 감상회는 그 내밀한 건축물의 문을 여는 자리였다. 림킴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각 수록곡을 하나의 독립된 '공간'으로 상상했고, 그 공간을 채우는 고유한 '향(香)'과 색깔을 세밀하게 구체화했다. 대중의 시선 속에서 느꼈던 20대 초반의 혼란과 군중 속의 외로움이라는 모순은, 이내 하얀 방의 고립감을 거쳐 윤상과 함께 걸어 나가는 빛의 통로('스루 더 글로우(Through The Glow)')로 점진적으로 확장된다. 청각의 시각화를 넘어 후각과 공간감까지 부여된 이 앨범은, 청자로 하여금 림킴이 설계한 미로 속을 직접 거닐게 만든다.

무엇이 그를 이 미로의 출구로 이끌었을까. 그것은 외부의 이성이 재단한 정답이 아니라, 매 순간 그가 온몸으로 감각해 온 '직감'이다. 2011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슈퍼스타 K' 시즌 3에 출연한 혼성듀오 '투개월', 그리고 솔로 김예림을 거쳐 림킴이 된 그는 과거의 정체성을 억지로 끌어안거나 부정하지 않고, 오직 현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해지는 순간 스스로 설득돼 곡을 써 내려갔다. 견고한 스테레오타입을 부수던 투사가 이제는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침잠해 빛을 찾는 구도자가 된 셈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던 '노웨어(Nowhere)'의 짙은 불안은, 직감이라는 나침반을 쥐는 순간 비로소 지금 여기, '나우 히어(Now Here)'의 눈부신 확신으로 뒤바뀐다.

어둠과 빛, 현실과 꿈의 경계인 '림보(Limbo)'를 지나 마침내 빛의 출구를 향해 당당히 걸어 나가는 그가 라이카 시네마에서 호스트, 팬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전한다.

-예전의 림킴 님과 지금의 림킴 님에 대한 어떤 차이가 좀 있을까요

"사실 음악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는 콘셉트가 너무 다양했다 보니까 보시는 분들은 또 다른 사람인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사실 똑같아요. 제가 표현을 하는 방식이나 하고 싶은 것들을 해왔던 지점에서 이전과 항상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선공개곡 '인사하세요'에선 반복되는 '인사하세요'는 누구한테 하는 인사일까, 누가 누구한테 해야 하는 인사일까인지가 궁금했습니다.

"사실 '인사하세요'라는 게 어떻게 보면 조금 압박을 줄 수 있는 말이잖아요. 제가 20대 초반에 처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됐죠. 예전엔 또 음악 방송 끝나고 나면 다 같이 인사하고 그랬거든요. 인사를 해야 되는 많은 순간들이 있었는데… '이곳에 내가 어울리는 사람인가'라는 약간 이질적인 감정이 크게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러니가 있었고, 그 얘기를 가사에 표현하면 재밌겠다 생각했습니다. 리듬은 하우스이고 경쾌해 대비되는 가사와 멜로디가 담기게 된 것 같아요."

-최근에 들어봤던 한국 노래 중에 이렇게까지 하우스를 선호한 트랙이 없었던 것 같거든요.

"이 곡은 프로듀서인 드레스(dress) 님이 처음 데모를 보내주셨을 때 되게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도 이전부터 사실 하우스 장르를 좋아했었고, 그러다 보니까 뭔가 재미있는 시도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네버 고나 비 얼론(NEVER GONNA BE ALONE)'을 타이틀곡으로 선정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서울=뉴시스] 림킴. (사진 =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제공) 2026.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데모를 받았을 때 후렴 가사 '네버 비 얼론(Never be alone)'이 눈에 띄었어요. 이 앨범의 메인 키워드 중 하나가 '모순'이에요. 군중 속 외로움이라고 할까요? 따뜻한 멜로디와 풍성한 사운드 가운데 (가사로) 서늘한 대비감을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만들고 나니까, 이 앨범을 대표할 수 있는 곡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번 트랙 제목은 '21'이에요.

"21세 때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앨범에서 유일한 사랑 이야기이기도 해요. 21은 어떻게 보면 상징적인 숫자 같아요. 그때의 어떤 관계들 혹은 그것을 돌아봤을 때 저의 느낌, 20대 초반에 느꼈던 감정들을 좀 담았습니다."

-5번 트랙 '림보(LIMBO)'는 어떤 경계라는 뜻일 것 같습니다.

"림보를 기점으로 앨범이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거든요. 전환의 시기라고 할까요? 1번부터 4번까지는 20대 초반에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감정이 주를 이뤘다면, '림보'를 기점으로 조금씩 빛을 찾아 나가는 이야기의 흐름이에요. 그래서 '림보'가 어둠과 빛의 경계일 수도 있고 현실과 꿈의 경계일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초반부 사운드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되게 어떤 신호처럼 느껴졌어요."

-6번 트랙은 '나우 히어(Now Here)'죠. '노웨어(Nowhere)'가 '나우 히어(Now Here)'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노웨어'와 '나우히어'의 경계에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거 같아요.

"처음엔 하얀색 방에 저 혼자 있는 듯한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그 전환의 시기를 거치고 나서 혼자 내 방에 나만 있을 때, 자유로운 느낌도 있고 이제야 나를 찾은 것 같은 그런 감정도 들었는데, 그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엑시트 투 노웨어'라는 앨범명이 정해지고 나서 '노웨어'를 띄어 쓰면 '나우 히어', 지금 여기라는 뜻이니까 그 제목이 딱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루 더 글로우(Through The Glow)(feat.윤상)'를 7번 마지막 트랙에 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토리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후반부에 작업을 했던 곡이라 이미지와 콘셉트는 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졌어요. 마지막이다 보니까, 스토리적으로 빛으로 가는 어떤 여정에 가까웠거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빛을 향해 가는 사운드나 가사를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처링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긴 통로에서 마지막 출구를 향해 걸어 나갈 때, 인생 선배 같은 분이 따뜻하게 맞이 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윤상 선배님께 연락을 드리게 됐는데 너무 흔쾌히 해 주셨어요. 저를 아실까 걱정했는데, 제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주셔서 놀랐습니다."

-이번 앨범은 향(香)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서울=뉴시스] 림킴. (사진 =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제공) 2026.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업할 때 곡들을 다 하나의 공간이라고 상상을 하면서 만들었어요. 그 공간이 어떤 공간일까 상상도 많이 해봤어요. 향, 색깔을 구체화 해봤습니다. 실제로 제가 향을 통해서 얻는 경험들이 너무 좋았어서 그걸 향이라는 걸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했어요."

-전작의 동양적인 실험과 김예림 시절의 팝 감각 사이에서 이번 앨범의 균형점은 어떤 고민 끝에 나왔는지요?

"저는 현재에 좀 충실한 사람인 것 같기는 해요. 과거의 기억을 되돌리기보다는,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항상 중요했어요. 투개월 때도 제가 하고 싶은 방향이 있었고, '제네레아시안'을 할 때도 명확한 방향이 있었다면, 지금은 또 제가 원하는 방향이 있어서 그걸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균형점은 '림킴이다' 이렇게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운드 스케일의 설계에 대한 궁금증도 있어요. 초반 신스 팝의 빈 거대함에서 림보 이후 오케스트레이션의 찬 거대함으로 넘어가는 연출 의도와 디테일, 서사의 흐름은 계획이 되고 작업이 들어간 건가요?"

"이야기나 각 곡이 다뤘으면 하는 주제들, 공간감일 수도 있고, 그런 이야기들을 프로듀서분들한테 드렸을 때 이런 대비들로 잘 표현을 해주셨어요. 1번부터 7번까지 그 흐름이 순조롭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프로듀서분들이 흐름을 되게 잘 설계해 주신 게 아닌가 해요."

-1집 '굿바이(Goodbye 20)'도 인상적이었는데 벌써 13년이 지났네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21'이라는 곡이 유난히 특별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갖게 된 확신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굿바이 20'를 했을 때와 지금 '21'의 감정은 아무래도 시점이 제일 다르지 않나 싶어요. '굿바이 20'는 진짜 딱 20세를 지났을 때 만들었던 곡이었고, '21'은 30대가 된 저의 시점으로 바라본 21세이기 때문에 비슷한 시간이긴 하지만 바라보는 시점이 너무 달라서 차이가 있죠."

-지금 가지고 있는 확신은 무엇인가요?

"확신이라기보다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이어서 지금 저의 직감 같은 걸 항상 믿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 순간에 느껴지는 직감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고, 그것에 따라서 움직이는 스타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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