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자체가 '역사의 기록'이 됐지만, '기록의 역사'가 되기를 끝내 거부하며 평생 '뒷것'을 자처했던 이다.
김민기는 1991년 3월15일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 개관 후 2024년 7월21일 별세하기까지 다양한 예술과 예술가가 움트고 성장하는 '못자리'로서 학전을 지켜왔다.
학전은 특히 김광석,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들국화, 노영심 '작은 음악회' 등 소극장 라이브 콘서트의 장으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의형제', '개똥이' 등 한국적 뮤지컬 창작 공간으로, 학전어린이무대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등 어린이의 일상과 고민을 만나는 공간으로 묵묵히 관객들을 만나 왔다. 수많은 배우와 창작자들의 시작과 성장을 그리고 수많은 관객들의 삶과 추억을 함께 한 공간이기도 하다.
고인의 뜻에 따라 추모 행사나 공연 등은 공식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 18일 고인의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 '김민기를 사랑하는 익산 사람들의 모임'(김사모)이 '김민기 2주기 추모음악제'를 열었다.
종종 우리는 죽음이 신화를 완성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김민기의 부고는 삶의 귀결이, 사람들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 높고 뾰족한 '봉우리'에 올라 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넌지시 알려줬다.
우리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그저 오르면 된다는 걸 말이다. 또 사실 높은 곳엔 봉우리가 없을지도 모르며,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여기일 수도 있다는 '뒷것의 미학'도 우리가 고인으로부터 배운 것 중 하나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아득한 경계 위로, 여전히 이슬처럼 맑고 시린 질문들이 맺혀 흐른다. 이윤과 효율을 앞세운 얄팍한 대중문화의 문법으로는 영영 해독할 수 없는 숭고한 궤적을, 김민기는 그저 삶의 가장 자연스러운 호흡인 양 아무런 기색 없이 살아냈다. 그러므로 그를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를 향한 닫힌 애도가 아니라, 그의 부재를 현재로 끊임없이 길어 올리는 치열한 의식이다. 그가 남긴 웅숭깊은 침묵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기억하는 한, 평생 '뒷것'이기를 자처했던 그는 우리들의 생 안에서 마침내 영원히 사는 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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