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 청년 공존·공감위 제안 하반기 정책안 반영 검토
2030 10명 중 7명 이상 "젠더갈등 심각"…남녀 인식차 뚜렷
혐오표현 기준·대응 원칙 시민 숙의로…플랫폼 평가·인증 제안
군복무 인식조사·남성 태아검진 동행휴가 등 20개 과제 제시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정부가 이른바 '남혐', '여혐'으로 불리는 성별혐오표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합의를 도출할 시민참여기구 신설을 검토한다.
정부나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혐오표현의 경계를 정하는 대신 다양한 시민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플랫폼의 자율규제 수준을 평가·인증해 책임을 강화하자는 구상이다.
17일 뉴시스가 입수한 성평등가족부 청년 공존·공감위원회 정책제안서에는 이 같은 내용의 '디지털 환경 내 젠더 기반 혐오표현 완화를 위한 포괄 정책 제안'이 담겼다.
성평등부는 이번 정책제안과 현장·온라인 국민제안을 종합해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과제를 선별하고, 하반기에 발표할 성별균형·성평등 정책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2030 청년 10명 중 7명 이상은 "젠더갈등 심각"…숙의기구 출범
청년 공존·공감위원회는 다른 세대보다 젠더갈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청년 남녀가 직접 대화와 숙의를 통해 해법을 찾도록 하자는 취지로 지난 3월 출범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발표한 '2025 젠더인식조사'에 따르면 젠더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20대 남성 81.0%, 여성 83.0%에 달했다. 30대에서도 남성 76.0%, 여성 73.0%가 젠더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했다.
특히 각자가 느끼는 차별의 내용이 달랐다. 2023년 한국리서치와 KBS가 함께 한 설문조사에서는 20대 남성의 70.4%가 '남성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한 반면, 20대 여성의 70.3%는 '여성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젠더갈등의 원인으로는 온라인 공간이 가장 많이 지목됐다. 국민통합위원회 조사에서 청년 46.4%는 남초·여초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생산적인 소통이 어려워진 점을 갈등 심화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사회적 노력과 남녀 간 소통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높았다.
이에 성평등부는 19~39세 남성 75명과 여성 75명 등 청년 150명을 공개 모집해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채용·일터 ▲사회·문화 ▲안전·건강 등 3개 분과로 나뉘어 의제를 선정했다.
이후 소그룹 토론과 전문가 자문, 분과별 교차 검토를 거쳐 채용·일터 9건, 사회·문화 5건, 안전·건강 6건 등 총 20건의 정책제안서를 마련했다.
참여자들은 남녀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서 벗어나 성별갈등을 구체적인 정책 문제로 논의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사회·문화 분과의 한 30대 남성 위원은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가진 청년들이 성별갈등을 단순한 찬반 논쟁이 아닌 정책의 관점에서 함께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할 수 있던 게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며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며 하나의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같은 분과의 30대 여성 위원은 "정부나 기업의 일방적인 규제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청년들이 직접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시민참여 거버넌스를 기획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직접 숙의 구조를 설계하고 합의의 과정을 모색함으로써 민주적이고 정당성 있는 정책 마련의 길을 열었다"고 했다.
상대 성별이 겪는 어려움을 새롭게 알게 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채용·일터 분과의 한 30대 여성 위원은 "여성으로서 살아오며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상대 성별도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사회·문화 분과의 20대 남성 위원도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부분도 상대 성별은 충분히 어려워할 수 있고, 남녀가 겪는 어려움이 상당히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혐오표현' 기준은 시민 숙의로…군복무 인식격차도 조사
사회·문화 분과는 '디지털 환경 내 젠더 기반 혐오표현 완화를 위한 포괄 정책'을 통해 온라인 성별 혐오표현의 기준과 대응 방식을 시민들이 숙의하는 참여기구를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온라인에서 어떤 표현을 성별 혐오표현으로 볼 것인지,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민들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플랫폼에는 자율규제와 평가·인증제를 도입해 책임을 강화하도록 했다.
'성평등 인식격차 완화 및 사회적 갈등 감소를 위한 정책커뮤니케이션 체계 구축'도 제시했다. 정책담당자용 갈등완화형 소통 매뉴얼을 만들고, 성평등 교육은 정책 이해와 갈등조정, 민주적 토론 역량을 기르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이 밖에도 '군 의무복무 보상체계에 대한 청년 인식격차 조사', '대학생 대상 폭력예방 통합교육 개선', '청년 예술가와 협업하는 언라벨 문화예술 페스티벌 개최'도 제안했다.
채용·일터 분과는 '평등한 돌봄권 보장'을 위해 민간기업 남성 근로자에게 태아검진 동행휴가 10일을 주고, 기업에는 하루 8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고용 성평등 실현을 위한 통합 성평등 데이터베이스(DB) 플랫폼 구축안'에는 채용부터 근로·퇴직까지 단계별 성비를 공개하는 '성별근로공시제' 확대 방안이 담겼다.
아울러 '성평등 채용 안내서 실무 활용 개선안',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고도화 4단계 로드맵 및 양성평등채용목표제 명칭 개선', '아르바이트 채용 플랫폼 개선', '성역할 고정관념의 형평성 제고 및 성과중심 수평적 일터문화 조성', '채용 현장 성별 대표성과 다양성 확대', '이사회 다양성 확대와 성평등 인증제 도입을 통한 지속가능한 의사결정 구조 구축', '지속가능 노동시장·성평등 구조 전환 정책' 등이 제시됐다.
안전·건강 분과는 '남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안전 정책'을 통해 '여성안심귀갓길'을 '모두의 안심귀갓길'로 바꾸되, 여성 대상 범죄가 많은 지역의 특화 보호는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젠더폭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비동의 성적 행위 예방·대응체계 구축'과 '폭력예방교육 의무이수제 실효성 제고를 위한 평가·인증체계 개선'도 담겼다. 교육 참여율보다 고충상담 절차 숙지도와 2차 피해 예방 인식 등 실제 효과를 평가하자는 취지다.
또 '청년 부모 가구의 학업·구직 병행을 위한 지역사회 돌봄 연계 지원 방안', '청년의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성평등 기반 관계·소통 역량 강화'가 제안됐다.
성평등부는 청년들의 정책제안서를 토대로 국민 의견을 추가 수렴해 실행 가능한 과제를 추릴 계획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정책제안서에 현장·온라인 국민제안 등을 종합해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과제를 모을 예정"이라며 "하반기에 발표할 '성별균형·성평등정책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평등부는 내주 정책제안서 전문을 '청년 공존·공감네트워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국민들이 각 제안에 공감을 표시하거나 댓글을 달아 의견을 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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