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올해 정책 방향 공유
"성착취물 사이트 접속자 161명 수사·재판 절차 중"
고용평등공시제 법안 9월 이전 상임위 통과 목표
양육비 선지급 누적 190억원 육박…강제징수율 10%
'임신중지약'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 추진…"관계부처 논의"
[서울=뉴시스] 고홍주 박정영 기자 = 정부가 불법촬영물 유통사이트 3만5000여개를 분석하는 등 디지털성범죄 대응을 강화한다. 기업의 성별 고용·임금 현황을 공개하는 고용평등공시제는 9월 이전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기로 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1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하반기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성평등부는 이 대통령의 지시사항 31건 중 28건을 이행했다고 밝혔다. 5년 만에 양성평등위원회를 대면 개최했으며, 성주류화·고용평등·성평등문화 분야 전문위원회도 설치했다.
지난 4월 30일에는 '디지털성범죄 피해 통합지원단'이 출범했다. 관계부처가 나눠 담당하던 피해자 지원, 불법 유해사이트 제재, 사이트 운영자 수사 등의 기능을 한데 모았다. 이외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와 아이돌봄서비스 및 한부모가족 지원 제도를 마련했다.
◆불법촬영물 사이트 3만5000개 분석…접속자 161명 수사·재판
성평등부는 디지털성범죄 대응 방식을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중심에서 불법 유해사이트의 유통 구조를 직접 분석하고 차단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원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경찰청에서 '어벤져스급' 인력들이 들어와 불법촬영물 유통사이트 3만5000개를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4월 출범한 '디지털성범죄 피해 통합지원단'에는 성평등부와 방미통위, 경찰청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통합지원단은 불법촬영물 유통 경로와 사이트 운영 방식, 수익 구조 등을 분석해 수사 의뢰와 과징금 부과, 접속 차단, 국제 공조 등으로 연계한다.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에 반복적으로 응하지 않는 불법 유해사이트에 대해서는 성평등부 장관이 직접 접속 차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성착취물을 조기에 탐지하고 신고하기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도 고도화한다.
원 장관은 과거 업무보고에서 거론했던 불법 성착취물 유통사이트 'AVMOV'와 관련해 "경찰이 잘 수사해 현재 접속자 161명이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에 회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접속한 사람은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성평등부는 전국적으로 매달 특정일을 '디지털성범죄 근절의 날'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가 관리하는 디지털 전광판과 모니터 등을 통해 불법 성착취물을 한 번만 시청해도 강력한 처벌이 뒤따를 수 있고, 익명성 뒤에 숨어도 디지털 흔적이 남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알린다는 구상이다.
원 장관은 "디지털성범죄는 범죄를 저지른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을 훼손하는 것일 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도 확대한다.
원 장관은 변호사 시절 소년비행 사건을 담당한 경험을 언급하며 "초등학생부터 불법 성착취물을 소지하는 경우가 있다"며 "교육부와 함께 남성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디지털성범죄 예방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용평등공시제 도입…9월 이전 상임위 통과 목표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고용평등공시제 도입도 추진한다.
고용평등공시제는 기업과 기관이 직종·직급·고용형태별 남녀 근로자 수와 임금 수준, 육아휴직 사용 현황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공공기관과 지방공사·공단,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민간기업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공시 항목은 ▲직종·직급·고용형태별 남녀 근로자 수 ▲남녀 관리자·임원 수 ▲고용형태별 남녀 평균 근속기간 ▲남성 대비 여성 평균·중위임금 비율 ▲임금 4분위별 성별 비율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제도 성별 사용 현황 등이다.
성평등부는 약 3000개 기업의 성별 임금 격차 현황과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도 내놓을 계획이다. 지역 중소기업 500여곳을 대상으로 성평등 기업문화 확산 교육도 진행한다.
원 장관은 이날 고용평등공시제 도입 시기를 묻는 이 대통령의 질문에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며 "전날(15일) 성평등가족위원회 당정협의에서 9월 이전에 상임위원회를 통과시키기로 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공시 항목과 적용 대상은 국회의 법안 심사와 노동계·경영계 의견 수렴 과정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양육비 선지급 누적 190억원…강제징수율 10% 돌파
정부는 지난해 7월 양육비 선지급제를 시행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국가가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가족에게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이후 양육비 채무자에게 이를 받아내는 제도다.
현재는 중위소득 150% 이하 한부모가족만 신청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소득과 관계없이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가 신청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올해 6월 기준 양육비 선지급액은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월 2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제도 시행 이후 누적 지급액은 190억원 수준이다.
정부가 대신 지급한 양육비는 국세 체납과 유사한 방식으로 채무자에게 강제징수한다.
전지현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보고 직전에 확인해본 결과 강제징수율은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육비 채무자에게 관련 서류를 보내는 과정에서 폐문부재 등이 발생해 60% 이상은 아직 송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변제기한이 남아 있는 사례도 있어 실제 징수율이 높아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성평등부의 설명이다.
◆15개 부처에 성평등 전담부서…공공생리대 전국 확대
성평등부는 현재 9개 부처에 설치된 성평등정책 전담부서를 24개 부처로 확대한다.
새로 전담부서 설치를 추진하는 곳은 재정경제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행정안전부, 국가보훈부,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예산처, 국가유산청, 질병관리청, 해양경찰청 등 15개 부처다.
양성평등위원회에는 각 부처 정책에 대해 개선을 권고할 수 있는 기능을 신설한다. 국민 제안과 현장 소통 결과를 토대로 성별균형·성평등 정책도 마련한다.
전국 12개 지방정부에서 시범 운영 중인 공공생리대 지원사업인 '모두의 생리대'는 내년 전국으로 확대한다.
여성폭력 방지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 '스토킹·교제폭력 강화 방안'을 시행하고,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숨진 피해자의 사건을 분석하는 '친밀관계 폭력 사망사건 사례분석'도 처음 실시하기로 했다.
또 14일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했던 임신중지 약물 허용과 관련해 여성·의료·종교계, 관계 부처와 함께 현장 의견을 수렴한 후 올해 안에 모자보건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원 장관은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논의가 본격화되고 성평등부도 협조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사례를 보면 많은 국가에서 법적 규정 없이도 제품 설명서에 있는 허가 지침 등으로 약물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한국도 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약물을 도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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