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3000만원·매매단위 20주로…진입장벽 높이기 초점
신규상장 중단·괴리율 관리 강화…운용사·증권사 책임도 커져
"신규 진입 억제엔 효과…시장 규모 축소는 역부족" 지적도
[서울=뉴시스]김민수 기자 =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문턱을 높였다. 최소 3000만원의 현금을 계좌에 예치해야 하고 1주씩 거래하던 방식도 20주 단위로 바뀐다. 시장에서는 신규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변동성까지 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ETF·ETN)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예탁금 높이고 20주 단위로만 거래…개인투자자 진입장벽 높아져
이번 대책은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사려는 개인투자자는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넣어야 하는데, 다음 달부터는 현금 3000만원을 유지해야 한다. 주식이나 채권 등 보유자산은 예탁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존 투자자도 추가 매수할 때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계좌에 주식이나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더라도 현금 3000만원이 없으면 새로 투자하거나 추가 매수할 수 없게 된다. 기존 투자자도 상품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추가 매수할 때는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거래 방식도 달라진다. 현재는 1주씩 사고팔 수 있지만 오는 11월부터는 20주 단위(20·40·60주 등)로만 거래할 수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그동안 발행가격이 1만~2만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소액으로도 접근이 쉬워 단기 매매에 나서는 수요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투자 전 교육도 까다로워진다. 기존 2시간이던 사전교육은 3시간으로 확대되고 교육을 마친 뒤에는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미흡한 내용을 다시 학습한 뒤 재평가를 받아야 거래가 가능하다.
◆운용사 마케팅은 금지…증권사에는 괴리율 관리 기준 3%→2% 강화
투자자 진입 문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운용사와 증권사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된다.
우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상장은 잠정 중단된다. 증권사와 운용사의 광고·이벤트성 마케팅도 즉시 금지된다.
또 ETF 가격이 실제 자산가치(NAV)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증권사와 운용사의 관리 기준도 한층 강화된다.
증권사(유동성공급자·LP)의 괴리율 관리 기준은 기존 3%에서 2%로 강화된다. 증권사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위반하면 한국거래소는 해당 증권사의 신규 종목 LP 업무를 제한할 수 있다. 운용사 역시 운용 중인 ETF가 적정 괴리율을 위반하면 신규 ETF 상장이 제한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시장이 급변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투자유의종목 지정 절차를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단축했다. 또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손실률과 중장기 보유 위험 등을 투자자에게 주기적으로 안내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시행된다.
◆"부족한 예탁금, 대출로 메울 수도" "운용사·증권사 책임만 커져"
이번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투자자 진입 문턱을 높이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시장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본예탁금을 높이고 거래 단위를 확대한 것은 소액 투자자의 신규 진입을 줄이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미 규모가 커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 자체를 축소하는 데는 영향이 제한적이며 괴리율 관리 강화 역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실제 효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상품은 장 마감 무렵 거래가 집중되면서 괴리율이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운용사와 증권사도 현재 최선을 다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거래 구조에 대한 개선 없이 책임과 제재만 강화하면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레버리지 상품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괴리에 대한 해결책 없이 운용사와 증권사에 '무조건 괴리율을 맞추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도 지라'고 하는 셈"이라며 "시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높이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제 투자 수요를 얼마나 줄일지는 의문"이라며 "일부 투자자가 부족한 자금을 대출로 충당할 가능성도 있어 오히려 투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도박장에서 판돈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규정 개정과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 과제는 8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전문가와 투자자 등과 논의를 거쳐 추가 보완조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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