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60·채권 40' 옛말…새 투자 공식은 'AI 대 비AI'

기사등록 2026/07/16 14:47:52 최종수정 2026/07/16 16:20:23

S&P500 상위 10개사, 전체 시가총액의 39.2% 차지

벤처투자 순증액 87%·투자등급채 순발행 49% AI로

자산 나눠 담아도 수익률은 AI 업황에 좌우

[뉴칼라일=AP/뉴시스] 인공지능(AI) 열풍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경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대체투자 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사진은 2025년 10월2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AI 데이터센터에서 한 기술자가 설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2026.06.02.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주식 60%, 채권 40%로 나눠 담아 위험을 줄인다는 전통적인 분산투자 공식이 AI 열풍 앞에서 힘을 잃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자산을 여러 종류로 나눠도 투자 성과가 AI 업황 하나에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15일(현지시간) 토르스텐 슬로크 아폴로 수석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슬로크는 “새로운 60대 40은 AI 대 비AI”라며 투자 위험을 가르는 기준이 주식과 채권 같은 자산 종류에서 AI 관련 여부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아폴로가 5월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S&P500 시가총액 상위 10개사는 전체 시가총액의 39.2%를 차지했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일수록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구조여서 이들 기업의 주가 움직임이 S&P500 전체 수익률을 좌우할 수 있다.

슬로크는 상위 10개사 가운데 제약사 일라이 릴리를 제외한 9곳이 AI와 연계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봤다. 이런 쏠림은 미국 밖의 증시에서도 나타난다. 대만과 한국의 일부 대형 반도체 종목이 주요 신흥시장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져 투자 지역을 해외로 분산해도 AI와 반도체 쏠림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I 쏠림은 주식시장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순증한 벤처투자액의 87%가 AI 분야로 향했다. 투자등급 회사채 순발행액 가운데 AI 인프라 관련 비중은 49%였고, 신용도가 낮은 고수익 회사채에서는 38%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을 골고루 보유한 투자자도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AI 업황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자산은 여러 곳에 나눠 담았지만 위험은 AI 한곳에 몰려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뉴칼라일=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리사 쿡 이사가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을 강력히 경고하며 필요시 추가 금리 인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2026.05.28.
AI 투자의 영향은 금융시장을 넘어 미국 실물경제로도 번지고 있다. 슬로크는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로 예상하면서 이 가운데 약 1%포인트를 AI 데이터센터 건설 투자가 끌어낼 것으로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면 데이터센터 건설을 비롯한 기업 투자가 줄고 미국의 성장률도 낮아질 수 있다. AI 관련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슬로크의 판단이다.

가장 큰 위험은 막대한 AI 투자가 시장이 기대한 생산성 향상과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다. AI 도입으로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이 높아지고 기업의 이익률과 이익이 함께 늘어야 현재의 투자 규모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다.

슬로크는 현재까지 AI로 뚜렷한 수익을 거두는 기업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반도체와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에 주로 한정돼 있다고 평가했다. AI 도입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다른 업종으로까지 퍼졌다는 증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다.

그는 AI 도입의 효과가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미국 증시를 이끄는 7개 대형 기술기업인 ‘매그니피센트7’을 넘어 S&P500의 나머지 493개 기업에서도 생산성 향상과 이익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그니피센트7은 이미 AI 붐의 수혜를 누렸지만 그 효과가 나머지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뉴욕=AP/뉴시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PGIM이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이례적인 전망을 내놨다. 사진은 2026년 6월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 위 전광판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는 모습. 2026.06.16.
데이터센터 건설비 지출이 줄면 그 충격은 관련 장비업체와 건설·전력 산업 등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주식과 주택 가격까지 함께 떨어지면 자산가치 하락이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부의 효과’의 역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금융시장은 아직 AI 투자 열기가 곧 꺾일 것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AI 종목의 상승세를 좇는 매매가 7월 들어 주춤했지만 S&P500은 6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보다 약 0.5%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기보다 AI 이외의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채와 미국 국채의 금리 차도 크게 벌어지지 않아 대규모 채권 발행에도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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