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옻칠은 시간을 견디는 재료다. 홍성용은 그 물성을 기억에 가져온다. 화면 위에 켜켜이 쌓인 옻칠은 시간을 붙잡고, 그 위를 떠다니는 축음기와 얼룩말, 꽃과 새, 아이는 사물의 초상이 아니라 기억이 살아남는 방식이다.
서울 명동 금산갤러리에서 열리는 홍성용 개인전 '박제된 기억(Preserved Memory)'은 옻칠을 통해 사라지는 시간을 현재로 불러온다. 여러 번 칠하고 말리는 반복의 과정으로 축적된 화면은 기억이 퇴적된 시간의 층을 만들고, 금빛 바탕은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풍경을 펼쳐 보인다.
홍성용 작업의 중심에는 한국의 전통 재료인 옻칠이 있다. 오랜 세월 대상을 보호해 온 옻칠은 뛰어난 보존성과 깊이 있는 물성을 지닌 재료다. 여러 차례 칠하고 건조하는 반복 과정은 기억이 형성되고 축적되는 시간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재료의 물성을 기억의 속성과 연결하며, 화면 자체를 시간이 머무는 장소로 만든다.
특히 금빛 화면은 장식적 배경이 아니라 현실의 시간을 잠시 멈춰 세우는 장치처럼 기능한다. 축음기와 얼룩말, 고양이와 오리, 한 송이 꽃은 현실의 사물이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는 기억의 표본이 된다.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홍성용은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옻칠조형예술을, 영국 브라이튼대학교에서 Sequential Design & Illustration를 공부했으며, 서울대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회화를 중심으로 옻칠, 퍼포먼스, 타투, VR, 디제잉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기억과 존재, 감각의 문제를 탐구해 왔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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