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 이노베이션' 앞세워 종합 산업 기업으로 체질 전환
참치캔·포장재 기술, 이차전지 소재로 연결해 사업 확대
물류·원양어업 역량, 자동화 항만·육상 연어 양식으로 확장
[서울=뉴시스]김상윤 기자 = 참치캔과 식품기업으로 익숙한 동원그룹이 이차전지 소재와 스마트 항만, 육상 양식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종합 산업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은 수산·식품·포장·물류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인프라를 인접 산업으로 연결하는 '체인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미래 신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동원그룹은 '체인 이노베이션'은 사업 분야를 단순히 늘리는 다각화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본업을 깊이 파고들어 내부에 축적된 기술과 역량을 재발견하고, 부족한 부분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보완,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식식이라는 설명이다.
1969년 원양어선 한 척으로 출발한 동원은 수산업을 기반으로 식품 제조와 포장재, 물류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현재는 1차 산업인 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유통·물류를 아우르는 구조를 넘어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이른바 '10차 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동원의 사업 확장 전략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분야는 이차전지 소재다.
동원시스템즈는 참치캔과 알루미늄박, 레토르트 파우치 등을 생산하며 금속 가공과 알루미늄 접착·코팅 기술을 축적해왔다. 식품을 안전하게 담고 보관하기 위해 확보한 포장 기술이 원통형 배터리 캔과 양극박, 파우치 소재 등 이차전지용 부품으로 이어졌다.
동원시스템즈는 지난 2019년 원통형 배터리 캔과 양극박 설비를 확충한 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원통형 캔부터 파우치 소재까지 다양한 이차전지 패키징 제품군을 갖추며 전통 포장재 기업에서 첨단 소재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의 수산·식품 사업을 지원하던 물류 부문도 독립적인 미래 먹거리로 성장했다.
동원로엑스는 화물 운송과 항만 하역, 보관, 재고 관리 등을 아우르는 3자 물류(3PL)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 물류 거점과 운송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산물과 식품을 산지에서 소비자 식탁까지 연결하며 쌓은 경험을 외부 고객 대상 물류 서비스로 확장했다.
대형 저온 창고를 기반으로 한 콜드체인 역량은 항만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동원그룹은 2024년 부산 신항에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을 개장하며 제조와 유통, 내륙 운송, 항만 운영을 잇는 공급망 체계를 구축했다. DGT에는 자동화 장비와 운영 시스템이 적용돼 항만 물류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수산업에서는 '잡는 어업'의 한계를 넘어 '기르는 어업'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원양어업에서 확보한 수산 자원 관리와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육상 연어 양식 사업을 추진하며 안정적인 수산물 공급 기반 마련에 나섰다.
전통적인 식품 사업도 참치캔 중심의 구조에서 종합 단백질 식품과 펫푸드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원F&B는 1982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80억 캔을 기록한 동원참치를 비롯해 한식 브랜드 '양반', 캔햄 '리챔', 유제품 '덴마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참치 가공 과정에서 쌓은 원료와 영양 설계 역량은 반려동물 식품 브랜드 '뉴트리플랜'로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충북 진천에 1400억원을 투입해 단백질 식품 생산 플랫폼 '프로틴 넥서스'를 구축했다. 참치와 육가공품, 유제품 등 개별 제품을 넘어 단백질 식품 전반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변화하는 식생활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B2B 식품 사업을 맡은 동원홈푸드도 조미식품과 식자재 유통, 외식 프랜차이즈, 축산물 유통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저칼로리·저당 소스 브랜드 '비비드키친'을 통해 건강 지향 제품군을 확대하는 등 소비 흐름 변화에 맞춰 기존 역량을 세분화하고 있다.
동원의 사업 확장 배경에는 "잘나갈 때 다음 어장을 준비한다"는 경영 기조가 깔려 있다. 현재 사업이 안정적인 시기에 다음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과 연결할 수 있는 기술과 회사를 확보해 사업의 사슬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M&A 역시 외형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사업의 빈틈을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인수 대상의 가격이나 단기 실적보다 그룹의 사업 구조와 결합할 수 있는지, 인수 이후 조직을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지를 중시한다는 설명이다.
동원은 사업의 실체가 수산·식품을 넘어 소재와 물류까지 확장됐지만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참치회사'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 기업 정체성을 새롭게 알리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2025년부터 '필요에 답하다'를 그룹 브랜드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이차전지 소재와 스마트 항만 등 달라진 사업 구조를 담은 기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세상의 새로운 필요를 먼저 발견하고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역량으로 해답을 제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참치캔을 만들며 쌓은 기술은 이차전지 소재로, 수산물과 식품을 운반해온 물류 역량은 자동화 항만으로, 원양어업 경험은 육상 양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역량을 미래 산업과 연결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ims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