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간판 단 美 기업들…시총 106% 뛰었지만 절반은 반납
FT "27개 기업 리브랜딩 효과 '반짝'…SEC, AI 워싱 단속 강화"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에 편승하기 위해 사명을 바꾼 미국 상장사들이 초기에는 주가 상승 효과를 누렸지만, 대부분 이를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최소 27개 미국 상장사가 AI 관련 용어를 사명에 추가하거나 AI 중심 기업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한때 운동화 제조업체였던 올버즈다. 이 회사는 지난달 사업의 축을 운동화 판매에서 AI 칩 탑재 고급 서버 사업으로 옮기며 사명을 스마트버드(Smartbird)로 공식 변경했다.
이렇게 사명을 바꾼 기업의 시가총액은 변경 직전과 비교해 최고점 기준으로 총 87억 달러(106%)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달 기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고, 7개 기업은 사명 변경 전보다 시가총액이 낮아졌다.
애캐디언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오언 라몬트는 "미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AI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활용해 단기적인 주가 상승을 노리고 있다"며 "효과가 영구적이지는 않지만 일정 기간은 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명을 바꾼 기업들 대부분은 초소형주나 장외시장(OTC) 상장사였으며, 일부는 사업 부진이나 경영난을 겪던 기업들이었다.
사명 변경을 통한 기업가치 부풀리기는 과거 닷컴 버블이나 암호화폐 열풍 때도 반복됐다. 2000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당시 사명에 '.com'을 붙인 미국 기업들은 발표 후 10일간 평균 72%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FT 분석에 따르면 현재의 AI 열풍이 과거보다 더 많은 사업 전환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연차보고서상 산업분류 코드를 기준으로 볼 때, AI 열풍기의 사업 전환 규모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실체 없이 AI를 내세우는 이른바 'AI 워싱(AI washing)'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SEC는 2024년 이후 AI 활용 실태를 과장하거나 허위로 홍보한 투자자문사와 기술기업들을 잇달아 제재한 바 있다.
DLA 파이퍼의 AI 전문 변호사 션 풀턴은 "사명 변경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실제 존재하지 않는 AI 사업이나 역량을 암시할 경우 SEC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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