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신작 '호프'서 경찰 성애 역 맡아
"베테랑 사이 신인의 기세 보여주려 해"
데뷔작은 '오징어게임' 영화 데뷔 '호프'
"두렵고 감사하다…더 멋진 경력 원해"
총기 액션에 고난도 자동차 액션 소화
"5㎏ 총 들기 위해 근육만 4㎏ 늘렸다"
"오겜 이후 불안감…천천히 가고 싶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런 데뷔를 한 배우가 또 있을까. 시리즈 데뷔는 2021년 '오징어 게임'으로 했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며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시간을 기록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단번에 글로벌 스타가 됐다. 5년 뒤 영화 데뷔는 '호프'(7월15일 개봉)로 한다. 나홍진 감독이 10년에 내놓은 신작인 '호프'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한국영화 역대 최대 제작비를 쓴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영화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될 거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다. 이 배우는 이런 작품의 주연배우 3명 중 1명이다.
그래서 정호연(32)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냐고. 정호연은 환하게 웃으며 영화 '기생충' 대사를 인용해 답했다. "실전은 기세 아니겠습니까." 그는 "당연히 두렵다"고 했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두려움보다는 감사함을 더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 경험도 부족하고 내공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신인의 매력이라른 건 기세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단한 베테랑들 사이에서 좋은 기세를 가지고 일하려고 합니다. 두렵습니다만 이 흔치 않은 기회를, 어떻게든 잘 살려서 더 멋진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두려움과 감사함 그리고 앞으로 제 경력에 대한 기대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정호연이 말하는 기세가 그저 말이 아니라는 건 '호프'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항구마을 호포항 출장소장인 경찰 범석(황정민)이 마을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동네청년 성기(조인성)의 신고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액션물이다. 정호연은 범석의 후배 경찰 성애를 연기했다. 성애는 거대한 괴생명체에 맞서 온몸을 던져 마을 사람을 지키려는 인물.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극한 공포 속에서도 침착하게 그러면서도 과감하게 대응하고 싸운다. 캐릭터에 내재한 힘과 정호연이 뿜어내는 기세가 결합하며 성애는 한국영화에서 잊기 힘든 여성 캐릭터 중 하나가 된다.
"감독님이 나중에 말씀해준 내용입니다. 처음 만났던 날 제게 성애 캐릭터의 코어인 선의를 보셨다고 했어요. 글쎄요, 누군가 저한테 성애 같은 선의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전 당연히 '제가요?'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할 때 성애와 제가 닮은 건 지치지 않는 끈기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은 정말 닮았어요. 이 작품을 준비하고 촬영을 하면서 계속해서 저와 성애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가며 공부했습니다."
자기 안의 기세를 캐릭터에 불어넣기 위해 정호연이 가장 먼저 한 건 우선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 성애는 각종 총기류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보조석에 탄 범석이 겁을 먹을 정도로 터프한 운전 실력을 쉼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뛰고, 구르고, 긴다. 망연자실해 걸쭉한 욕설을 내뱉기도 하고 기쁨에 차 환호하기도 한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유산소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1종 보통 운전면허도 땄다.
"6개월 간 훈련했습니다. 제가 주로 들고 있는 총이 5㎏ 정도 됐거든요. 웨이트트레이닝이 필수였죠. 근육으로만 4㎏ 정도를 증량했습니다. 기본 체력을 위해서 유산소 운동을 쉬지 않고 했고요. 1종 보통 면허를 한 번에 땄습니다.(웃음) 당연히 총기 다루는 훈련도 했고요. 레이싱 전문가에게 드리프트 훈련을 받았죠. 차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빠르게 낮추는 방법 모두를 배웠어요. 그리고나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훈력 덕분엔 완성된 게 바로 성애가 처음 등장하는 자동차 액션신이다. 경찰차를 몰고 와 위기에 빠진 범석을 구한 그가 차에서 내려 곧바로 괴생명체를 향해 총을 겨누는 바로 그 장면이다. 지난 5월 칸영화제 상영 당시 이 시퀀스에서 관객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정호연은 이 장면만 20번 넘게 찍었다고 했다.
"이 장면은 제가 차를 타고 와서 내린 다음에 총을 겨누는 장면까지 한 번도 끊지 않고 20번 정도를 반복해서 찍었습니다. 처음 찍을 땐 제 눈이 똘망똘망 해요. 그런데 테이크를 반복할수록 눈을 치뜨고 있더라고요.(웃음) 저한테 그런 눈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러면서 정호연은 나 감독 특유의 집요함을 추어올렸다. "신인배우가 준비해온 걸 넘어서서 본능적으로 연기하게끔, 그리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끔 해주는 촬영 방식이었다"는 얘기였다.
"나 감독님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그게 저같은 신인배우에겐 축복이나 다름 없었어요. 연기를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제 연기가 더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감독님이 타협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전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뭘 해도 제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그게 감독님의 계획 안에 있다고 느꼈으니까요. NG컷은 한 컷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감독님께서 그 중에 제일 좋은 걸 고르신 것 뿐일 거예요."
1994년생인 정호연은 2010년 모델로 데뷔해 약 10년 간 런웨이에 선 뒤 2021년 배우로 데뷔했다. 그리고 연기를 시작하자마자 그의 인생은 바뀌어버렸다. 그를 글로벌 스타라고 부르는 건 이제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정호연은 "급하게 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엔 '오징어 게임' 이후 느낀 불안감이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내 삶이 바뀌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좋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하고 두려웠어요. 특히 외국에서 영어로 인터뷰를 할 땐 그 불안감이 더 컸습니다. 제 생각을 온전히 다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니까 마음이 더 흔들리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시간을 줘야한다고요. 조금 더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정리했습니다. 영어가 잘 안 될 땐 영어 공부를, 운동을 해야 할 땐 운동을, 휴대폰도 덜 들여다보고요. 다행스럽게도 이젠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앞으로 공개할 영화가 2편 더 있다는 정호연은 언젠가는 연극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연극을 통해 배우로서 더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무대에 올라 하나의 캐릭터로 온전히 그 시간을 짊어지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아주 무서운 경험이겠죠. 하지만 해보고 싶어요. 누군가 했던 말인데, 배우 퍼포먼스의 꽃은 연극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장에 제 스케줄이 그렇게는 안 되겠지만 꼭 해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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