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찾아 검찰에 추가 송부하려 했을 뿐"
검경, 케이블타이 미압수·영상 삭제 의혹 수사
과실 주장에 증거인멸 고의 입증이 핵심 쟁점
[전남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장윤기(23) 여고생 살인사건 초동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당시 수사팀장이 "증거물 관련 영상 삭제를 지시하거나 인멸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경감은 경찰 조사 등에서 "케이블타이 채증(사진·영상) 자료를 삭제하거나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A경감은 "뒤늦게라도 미흡한 초동 수사를 바로잡기 위해 케이블타이 실물을 찾아 검찰에 추가 송부하려 했을 뿐"이라며 "실물을 확보하면 채증 자료와 함께 보내면 된다고 판단해 증거 누락 경위 보고서 송부를 잠시 보류하자고 했던 것이지 삭제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컴퓨터에는 자료 처리 기록이 모두 남는데 삭제를 지시할 이유가 없다"며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아버지와는 친분도 없고 증거를 없앨 이유나 동기도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의 핵심인 케이블타이는 장윤기가 피해 여고생을 살해하기 전후 이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발견된 공업용 묶음 끈이다.
검찰과 경찰은 당시 수사팀이 케이블타이를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은 경위와 이후 행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A경감은 당시 범행 직후 유기된 흉기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면서 케이블타이의 증거 가치를 낮게 판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당시에는 살인 혐의 입증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다고 봤다"며 "검찰이 장윤기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한 뒤에야 케이블타이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수사가 미흡했거나 무능했을 수는 있지만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검찰은 피해자를 결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케이블타이가 장윤기의 범행 목적을 '강간 등 살인'으로 판단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달 초 A경감이 케이블타이 채증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핵심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광산경찰서 형사과와 A경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 등 혐의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케이블타이 확보 및 관리 경위, 채증 자료가 검찰에 전달되지 않은 이유, 자료 삭제 지시 여부 등을 집중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특별수사팀을 꾸려 A경감의 증거인멸 혐의 등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두루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형사사건의 증거라는 인식 아래 이를 없애거나 사용할 수 없게 하려는 고의가 인정돼야 성립한다.
전남광주 한 변호사는 "채증 영상을 삭제했다고 해서 곧바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실물을 인멸한 것이 아닌 영상 삭제만으로는 증거인멸의 고의를 입증하는 데 상당한 법률적 다툼이 있을 수 있다. 수사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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