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 3명·국방·외교장관까지 제거
2027년 4연임 앞두고 후계 구도는 공백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스탈린과 마오쩌둥이 썼던 권력 장악 방식을 일부 활용해 반대 세력을 누르고 지도부를 측근 중심으로 채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시 주석이 고위 관료 수십 명을 숙청하고, 개인숭배를 키우며 절대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목표는 중국을 장기간 자신의 구상대로 이끌며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강국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토론을 억누르고 공포 분위기를 키우는 방식은 정책 결정이 자의적으로 흐르게 하고, 오류를 바로잡기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위층 숙청이다. WSJ은 시 주석이 마오 시대 이후 보기 어려웠던 속도와 규모로 고위 관료를 제거하고 있다고 짚었다. 부패나 정치적 불충성 의혹을 앞세워 관료들에게 충성을 입증하도록 압박하고, 자신에게 도전할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2022년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숙청 속도를 더 높였다. 6개월 사이 공산당 최고위 기구인 정치국 현직 위원 3명이 낙마했는데, 이는 1976년 이후 이 정도 고위급에서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숙청이라고 WSJ은 전했다. 국방부장과 외교부장, 농업농촌부장도 해임되거나 낙마했고, 군 지휘관과 지방 지도자, 금융 감독 당국자, 국유기업 임원들도 잇따라 제거됐다.
임기 제한과 후계 구도도 흔들렸다. 시 주석은 집권 첫 10년 동안 고위직의 연령별 은퇴 관행을 깨뜨렸고, 국가주석 2연임 제한도 폐지했다. WSJ은 시 주석이 이미 마오 이후 가장 오래 집권한 중국 공산당 지도자이며, 2027년 당 총서기 네 번째 임기와 이듬해 국가주석 연임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후계자다. 시 주석은 핵심 정책 권한을 자신에게 집중시킨 뒤, 세 번째 임기 들어서는 일부 권한을 60대 후반과 70대 초반의 충성파 측근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들은 연령상 차기 후계자로 보기 어렵다.
당 내부 인사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7명으로 구성된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젊고 경험 있는 후계자급 인사를 올리지 않았다. WSJ은 이런 방식이 스탈린과 마오 사후 벌어진 권력투쟁을 떠올리게 한다고 짚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최근 5개년 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하위 당·정부 기관과 외부 전문가의 제안이 채택되는 비율은 줄었다. WSJ은 그 결과 중국 경제가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는데도 소비 진작 필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당원과 공무원의 행동을 촘촘히 통제하는 규정도 대폭 늘렸다.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 집권기 들어 직무와 품행을 규율하는 내부 규정을 이전 지도자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제정하거나 개정했다.
집행은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맡고 있다. 이 기구는 약 1억 명에 달하는 당원을 감시하고 충성도를 점검한다. 지난해 징계를 받은 사람은 거의 100만 명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였다고 WSJ은 전했다.
개인숭배도 강화되고 있다. 시 주석의 정치 이론인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공산당 당헌과 중국 헌법에 들어갔다. 신규 당원은 입당 과정에서 시진핑 사상을 학습해야 하고, 기존 당원도 정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중국 관영매체에서는 시 주석을 마오 시대의 ‘위대한 영수’를 떠올리게 하는 ‘인민의 영수’로 부르는 표현도 다시 늘었다.
WSJ은 시 주석이 마오의 유산을 활용해 자신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정당화하고 장기 집권의 명분을 쌓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후계 구도가 불분명한 만큼 시 주석 이후 권력 승계 과정에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그가 구축한 통치 노선도 흔들릴 수 있다고 WSJ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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