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가 부른 9200억 빅딜…K-게임 생태계에 스며드는 '차이나 머니'

기사등록 2026/07/04 11:00:00

중국계 자본, 9200억원에 위메이드 인수…'6.7조 가치' 미르 IP 확보 목적

韓 게임 업계 큰손된 텐센트…넷마블·크래프톤·시프트업 등 지분 확보

게임 개발사 자금난 해소? IP 종속?…'양날의 검' 숙제로 남아

[서울=뉴시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주영 기자 = 국내 게임 산업계에 중국 자본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최근 중국계 투자사가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를 전격 인수하기로 했다. 텐센트를 비롯해 중국 자본의 국내 게임업계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업계는 중국 자본이 한국 게임의 핵심 지식재산(IP)을 확보해 자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9200억원 규모 '메가 딜'…7조원 가치 지닌 '미르' IP 노렸다

위메이드의 창업자 박관호 의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이 보유한 위메이드 지분 전량(39.33%)을 중국계 투자사 네오펄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오는 10월 잔금 납입이 끝나면 네오펄스는 기존 보유분을 포함해 지분 40.25%를 확보하며 위메이드의 새 주인이 된다.

총거래 규모는 9200억원에 달한다. 네오펄스는 박 의장의 지분을 주당 6만8910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계약 당일 종가보다 3.6배나 높은 파격적인 가격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위메이드 주가는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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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펄스는 지난해 10월 설립된 국내 법인으로, 홍콩 소재 투자운용사 쉔송인베스트먼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위메이드 측에 따르면 네오펄스는 알리바바 및 중국 주요 게임 기업과 맺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울=뉴시스] 위메이드 미르M 대표 이미지. (사진=위메이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메가 딜의 중심에는 위메이드의 대표 IP 미르가 있다. 네오펄스 역시 미르 IP가 가진 중국 내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미르는 단순한 게임 브랜드를 넘어 수조 원대의 시장 가치를 지닌 위메이드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이 추산한 미르 IP의 시장 규모는 약 390억 위안(약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가치가 최대 9조 원에 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유가 있다. 2000년대 중국을 뒤흔든 '미르의 전설2'는 당시 현지 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했다. 동시 접속자 수만 80만 명을 돌파하며 중국 내에서 하나의 거대한 게임 장르를 개척했다.

특히 위메이드는 지난 4월 중국 킹넷, 국내 액토즈소프트 등과 수년간 이어온 미르 관련 법적 분쟁을 모두 끝냈다. 법적 걸림돌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네오펄스는 이 타이밍을 노려 미르의 미래 수익성을 안전하게 선점하는 전략을 택했다.

위메이드는 이번 최대주주 지분매각을 계기로 중국 파트너들과 손잡고 신작 개발과 '미르(MIR)' IP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박관호 의장은 사내 공지를 통해 "더 큰 시장으로의 확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라며 "미르 IP의 가치를 온전히 성장시키기 위해 걸맞은 파트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르라는 IP는 중국에서 여전히 거대한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고, 동시에 북미와 유럽이라는 또 하나의 큰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두 축을 온전히 우리의 성장으로 전환하려면 그에 걸맞은 파트너와 자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게임사 '큰손' 텐센트…영향력 확대 어디까지
[그래픽=뉴시스]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 생태계에 스며든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게임업계의 거물인 텐센트가 이미 국내 주요 게임사의 지분을 상당 부분 확보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는 넷마블(17.52%), 크래프톤(14.15%), 시프트업(34.66%) 등 국내 간판 게임사의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지배력을 공고히 다져왔다. 이제 국내 게임 산업의 상당수가 중국 자본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 먹튀'는 옛말…문제는 'IP 주권'

일각에서는 중국 자본이 핵심 인력과 기술을 확보한 뒤 투자 실익만 거두고 철수하는 이른바 '먹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중국 게임사의 기술력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거나 대등한 수준이다. 최근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게임 사이언스의 '검은 신화: 오공', 호요버스의 '원신'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도 이제 높은 완성도의 비주얼과 게임성으로 콘솔과 AAA급 타이틀 영역에서 쟁쟁하게 겨뤄야 할 상대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텐센트 등 중국 자본이 한국 게임사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검증된 흥행작' 때문이다. 처음부터 새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 '미르'나 '던전앤파이터'처럼 중화권에서 막강한 팬덤을 가진 IP를 사오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점점 강화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규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내 게임 산업계 입장에선 중국 자본이 '단비'가 될 수 있다.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아 신작 개발 동력을 얻을 수 있어서다. 중화권 네트워크를 교두보 삼아 글로벌 시장 진출이 더 쉬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종속'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한국 게임사의 핵심 자산인 IP가 중국 시장 입맛에만 맞춰지거나, 경영 자율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 유치는 산업 성장에 필요한 요소인 만큼 중국 자본 자체를 배척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단기적인 자금 수혈에 취해 K-게임이 중국 시장의 하청기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전략적인 방어벽을 세워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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