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밥상'으로 차린 韓 문화사…"비빔밥처럼 버무려"(종합)

기사등록 2026/06/30 17:25:16

7월 1일~10월 25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3천년 전 볍씨부터 가장 오래된 도마 등 684점

시간을 거슬러 삶과 자연으로 읽는 한국 식문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놋반상기'를 선보이고 있다. 2026.06.3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식사하셨어요?"

30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전시장 입구에는 음식도, 유물도 아닌 익숙한 인사말이 관람객을 맞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달 1일 개막하는 전시는 박물관이 처음으로 식문화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시도다.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K-푸드를 음식 자체가 아니라 '밥상'이란 일상의 풍경으로 풀어냈다.

이 전시에는 밥상 위에 놓인 밥과 국, 반찬,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함께 둘러앉은 사람들까지 모두가 한국 식문화의 역사로 거듭난다.

이진민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에서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에 대해 "박물관은 과거를 연구하지만 현재와 맞닿은 이야기로 전하고자 한다"며 "매일 마주하는 밥상에는 삶의 시간과 자연의 이치, 사람의 관계가 켜켜이 쌓여 있다. 이번 전시는 K-푸드의 뿌리인 밥상의 진짜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청동기 시대의 '불탄 볍씨'를 선보이고 있다. 2026.06.30. pak7130@newsis.com

'식사하셨어요?'라는 물음으로 시작되는 이 전시는 이종구 작가의 '밥상'과 박목월의 시, 오늘날의 밥상 풍경 영상을 통해 박물관이 왜 지금 '밥상'에 주목하는지 화두를 던진다. 입구 한쪽 벽면은 "밥 먹고 합시다" "밥 한번 먹자" "밥 살게" 등 일상에서 건네는 밥과 관련된 인사들이 채워져 있다.

디자인을 총괄한 이현숙 국립중앙박물관 전문경력관은 "음식이 없는 음식 전시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관람객이 전시장 입구에서 '식사하셨어요?'라는 28개국 언어 인사를 마주하며 각자의 밥상 기억을 먼저 꺼내 보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청동기시대 경기 여주 흔암리에서 출토된 3000년 전 불탄 볍씨가 관람객을 맞는다.

작은 볍씨 한 알은 한반도에 벼농사가 뿌리내린 역사를 상징한다. 그 주변에는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벼농사를 이어가는 사진이 함께 배치돼 쌀을 향한 한국인의 집념을 과거와 현재로 연결한다.

김민철 학예연구사는 "한반도에서 처음 재배한 곡물은 쌀이 아니라 조와 기장이었다"며 "청동기시대 농경사회가 본격화하면서 벼농사가 삶의 중심이 됐고, 여주 흔암리에서 출토된 3000년 전 탄화 볍씨는 그 역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유물"이라고 했다.

이어 "쌀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존재"라며 "토기와 시루, 솥의 발달은 딱딱한 곡물을 물과 불로 익혀 먹는 방식을 가능하게 했고, 고구려 솥과 조선시대 솥의 형태가 천 년 가까운 시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은 우리 조리문화의 연속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무령왕릉 출토 그릇 일괄 등 420여 건 유물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30. pak7130@newsis.com

또 전시에서는 동아시아에서 유독 발달한 수저 문화에 주목해 무령왕릉 출토 백제 수저와 고려시대 금속 수저들을 만날 수 있다.

김민철 학예연구사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하는 식문화는 동아시아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특징"이라며 "식기의 형태 역시 식사 방식과 음식 문화의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 170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만남이 펼쳐진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삼국시대 도마와 박수근의 '도마 위의 굴비'가 한 공간에 놓였다. 시대는 달라도 가족의 한 끼를 준비하는 손길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김 학예연구사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도마로 평가되는 유물"이라며 "박수근 화백의 '도마 위의 굴비' 속 도마와 비교해도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김홍도의 '주막'과 '새참', 김득신의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 등 보물 세 점도 나란히 전시됐다.

이 그림들에 담긴 주막에서 홀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 들판에서 새참을 먹는 농부, 강가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은 밥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문화였음을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변상벽의 닭과 병아리'를 선보이고 있다. 2026.06.30. pak7130@newsis.com

허균이 유배지에서 기억을 더듬어 쓴 미식 에세이 '도문대작'을 비롯해 윤용의 '나물 캐기'와 박수근의 '봄'도 한 공간에서 만난다.

수산물 파트에 전시된,  울산 황성동 패총에서 발견된 '작살이 박힌 고래뼈'는 신석기시대 고래 사냥의 물증이다. 이 외에도 경주 서봉총 둘레돌에서 출토된 큰 항아리 속 돌고래 앞발뼈와 청어, 방어 등 52종에 달하는 신라 왕족의 해산물 제사 음식이 전시됐다.

1700년 전 메주 덩어리로 추정되는 불탄 콩덩어리와 젓갈이 들어간 가장 오래된 김치 조리서 '주초침저방' 등을 통해 기다림과 발효가 만든 한식의 맛도 조명한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은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의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언론공개회를 갖고 무령왕릉 출토 그릇 일괄 등 420여 건 유물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30. pak7130@newsis.com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인간의 필수 요소인 '의식주' 중에서도 식(食)이 가장 먼저인데, 박물관에서 식문화를 대대적으로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농업, 역사, 고고, 미술, 인류, 민속, 문학이 어우러지는 한국 문화사 전시"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51개 기관이 참여해 보물 5건을 포함한 488건 684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는 음식을 직접 전시하지 않는 대신 조리 영상과 밥 짓는 소리, 음식과 관련한 의성어·의태어, 전문가 인터뷰 등을 활용해 관람객이 오감으로 밥상을 떠올리도록 구성했다.

배우 류수영이 대표 전시품 21점을 소개하는 오디오 가이드도 마련됐다.

유 관장은 "이 디스플레이 방법은 한국의 대표 음식인 비빔밥처럼 여러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다"며 "여태까지 여러분이 보신 고고·미술 전시와는 형식도 차원도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전시는 10월 25일까지 열리며, 개막일부터 내달 5일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