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월드컵 탈락 몇 시간 만에 사퇴…손흥민 벤치 논란도 겹쳤다
BBC "정몽규도 퇴진 예고…한국 축구, 일본과 격차 속 전환점"
홍 감독은 한국의 탈락이 확정된 지 몇 시간 만인 28일 “진심으로 매우 죄송하다”며 물러났다. BBC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이번 대회 이후 물러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이번 탈락이 한국 축구 운영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박지성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는 “우리가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돌아봐야 하는 상황 자체가 참담하다”고 말했다. 팬들의 분노가 커지면서 홍 감독을 향한 살해 협박 보도까지 나왔고, 대표팀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지만 예정됐던 공개 귀국 행사는 취소됐다.
한국은 A조 첫 경기에서 체코를 2-1로 꺾으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를 보유한 대표팀은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주장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했고, 한국은 남아공에 패했다. 이영표 전 국가대표 수비수는 방송에서 이 경기를 “21세기 한국 축구 최악의 경기”라고 평가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는 “대표팀에 식중독 같은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실제 식중독 문제를 확인하려는 질문이라기보다, 그 정도로 경기력 부진을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취지였다. 2026 월드컵은 일부 조 3위도 32강에 오를 수 있어 한국은 훈련 캠프에서 다른 조 결과를 3일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탈락이 확정됐다.
손흥민이 7월이면 34세가 되는 만큼 대표팀 은퇴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BBC는 이번 분노의 초점이 선수단보다 축구협회 운영 방식에 맞춰지고 있다고 봤다.
축구협회 책임론은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언급할 만큼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이번 탈락을 “조직과 인사의 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대표팀 감독 선임을 겨냥해 “지휘관을 고르는 데 능력보다 편애와 연고주의가 앞서면 그 결과는 종이가 불에 타는 것처럼 예측 가능하다”고 했다.
정 회장은 2013년부터 축구협회를 이끌어왔다. 그는 2024년 7월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비판을 받아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비슷한 절차 논란이 있었다.
팬들의 반발은 홍 감독의 복귀 첫 경기였던 2024년 9월 팔레스타인전부터 이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11월 축구협회에 대한 조사를 벌여 정 회장 등 관계자들의 징계를 권고했다. 이후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정 회장의 재출마 길이 열렸고, 정 회장은 2025년 2월 네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BBC는 한국 축구가 정 회장 재임 기간 동안 일본에 뚜렷하게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11회 연속 진출한 아시아의 대표 강호지만, 최근 흐름에서는 일본이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1983년 아시아 최초의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를 출범시켰고, 당시 한국 축구는 일본이 따라잡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BBC는 브라질이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한국을 5-0으로 이기고도 며칠 뒤 도쿄에서는 일본에 2-3으로 진 장면을 한일 축구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올해 3월에는 한국이 코트디부아르에 0-4로 패한 반면 일본은 웸블리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아시아 국가 최초의 잉글랜드전 승리를 기록했다.
BBC는 일본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으로 대표팀과 리그를 키워왔다는 평가를 소개했다. BBC는 축구협회 운영 방식을 비판한 한 팬의 SNS 반응도 소개했다. 이 팬은 “일본은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100년 비전을 갖고 있지만, 한국은 축구를 모르는 한 사람의 변덕 아래 감독만 계속 바꾼다”고 썼다.
일본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말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불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BBC는 지금이 오히려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감독은 사퇴했고, 협회장도 퇴진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번 월드컵 탈락의 충격을 한국 축구를 다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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