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앞두고 금융권 긴장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CEO 선임이 예정된 금융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오는 11월 양종희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승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KB금융지주가 이번 개선안의 첫 시험대로 오를 전망이다.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5대 시중은행장들의 연임 여부도 새 지배구조 기준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 달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에는 CEO 선임 절차와 이사회의 독립성, 성과보수 체계 개선 방안 등이 중점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지난 2023년 12월 마련된 '은행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후 약 3년 만에 손질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금융지주 이사회가 CEO의 '참호 구축'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CEO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한 이사회가 장기 연임을 뒷받침하면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직격을 날린 바 있다.
금융감독원도 전날 8대 은행지주와 20개 은행의 내부통제 담당자와 워크숍을 갖고 연초 실시한 금융지주 지배구조 특별점검 결과를 공개하면서 '참호 구축' 문제를 지적했다. 금감원이 점검 결과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지난 2023년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마련된 이후 외형은 개선됐지만, 실제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현 CEO에게 승계 절차를 유리하게 변경하거나, 현 CEO로 구성된 이사회가 CEO의 경영승계절차에 참여하는 등 편법이 이뤄졌다는 진단이다.
금융권에서는 개선안 발표 시점이 주요 금융사의 CEO 승계·연임 절차와 맞물리면서 양종희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장 등의 거취에도 적잖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선안이 직접적으로 금융사 CEO의 연임 여부를 좌우하진 않더라도 향후 금융당국의 검사와 지배구조 평가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점에서 금융권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강화된 눈높이에 맞춰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첫 시험대에 오르는 KB금융은 오는 11월 20일 양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회장 추천 절차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다음 달 3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12명에서 6명으로 추린 '1차 숏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KB금융은 지난 2023년 회장 선임 때보다 승계 일정을 한 달 이상 앞당겨 후보자 검증 기간을 확대한 상황이다.
다만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안이 발표되는 만큼 절차의 적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당국의 시각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안은 임기 만료를 앞둔 은행장들의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올 연말 임기가 끝난다. 한 차례 연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경우 3연임을, 나머지 은행장들은 연임 도전을 앞두고 있다. 개선안 발표 이후 진행되는 은행장 연임과 차기 행장 선임 과정에 강화된 지배구조 기준이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개선안은 당초 지난 3월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관계부처 협의 등으로 발표 일정이 수차례 연기된 끝에 약 넉 달 만에 베일을 벗게 됐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2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전체적으로 검토한 최종안을 보고했다"며 "KB금융의 숏리스트 작업이 7월 3일 시작되는데 그 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승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후보 검증과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까지 이전보다 훨씬 엄격한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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