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레지던스 뜨는데"…한미약품 속끊는 사연

기사등록 2026/06/30 14:08:59

대주주 반대로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 무산

[서울=뉴시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 출처=한양정밀 홈페이지) 2024.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시니어 헬스케어 시장이 제약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각광 받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이 분야 진출을 시도하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대주주의 반대로 사업을 포기한 한미약품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3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72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니어 헬스케어는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국내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다음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영역이다. 의약품 사업과의 연계성이 높고, 진단·재활·요양·디지털 헬스로 확장할 여지가 커 전통 제약사가 신사업으로 삼기에 유리하다.

종근당그룹 계열사 종근당산업은 시니어 케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요양시설 ‘벨포레스트용인’을 인수했으며, 2021년에는 개인 맞춤형 요양원 ‘벨포레스트강일’(84베드 규모)을, 2023년에는 전문요양시설 ‘더헤리티지너싱홈’(130베드 규모)을 인수한 바 있다.

대웅그룹 자회사 대웅개발도 내달 경기도 하남시에 시니어 단기 레지던스 케어허브(Care Hub)를 개소하며, 차헬스케어는 2029년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소요한남 by 파르나스’(이하 소요한남)에 시니어 특화 커넥티드 헬스케어 모델을 구축키로 했다.

한미약품그룹도 제약 본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사업인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한미사이언스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초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측(모녀)은 지난 2024년 12월 아들 형제와 경영권 분쟁 중 신 회장 및 라데팡스파트너스와 4자 연합을 결성했다. 이를 통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고, 주요 경영사항은 합의해 결정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지난해 6월 5일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에서 싱가포르계 사모펀드(PEF) 폴캐피탈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160억원 이상을 출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대주주인 신 회장도 직접 참여하는 조건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며칠 뒤 열린 9일 이사회에서 신 회장은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가톨릭대 산하 서울성모병원의 참여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 안건이 부결됐다.

이에 송 회장과 라데팡스는 신 회장이 일방적으로 사업 추진을 번복해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9월 위약벌 청구 소송을 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는 대주주의 말바꾸기로 인해 한미약품그룹이 신사업으로 각광받는 시니어 헬스케어 사업을 통한 성장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신 회장의 말 바꾸기는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양에스앤씨가 과거 정부 지원금을 받았으나, 고용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대법원으로부터 보조금 환수 판결을 받은 것이다.

대법원은 2022년 12월 신동국 회장의 개인 회사인 주식회사 한양에스앤씨가 함안군을 상대로 낸 '지방투자촉진보조금 환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앞서 한양에스앤씨는 2013년 경남 함안군에 대규모 공장을 신설하는 조건으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약 57억 원의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받았다.

당시 대표이사이자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신 회장은 보조금 수령과 함께 투자·고용 유지 의무를 졌고, 회사는 사업 완료 후 3년간 상시 고용인원 112명을 유지키로 했다.

그러나 함안군의 사후 점검 결과, 한양에스앤씨는 의무 이행 기간이던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고용 인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함안군이 보조금 환수 처분을 내리자 회사 측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신 회장 측은 경기 변동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고 투자 완료 이후까지 상시 고용 인원을 유지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2024년 6월 말 판결을 통해 함안군이 최종 승소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주주의 잇따른 약속 파기 리스크가 한미약품그룹 경영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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