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기업, 고숙련 늘고 저숙련 줄었다…대기업·공공 중심 확산

기사등록 2026/06/24 06:30:00 최종수정 2026/06/24 07:14:24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의 AI 도입 현황 및 영향 분석 보고서

2023년 AI 도입률 5.0%…500인 이상 16.9%·중소기업 2.4%

고용 감소는 확인 안 돼…도입 기업서 고숙련 비중 5.3%p 증가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이즈 2026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06.18.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국내 사업체의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회사 규모별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AI를 도입한 사업체에서는 고숙련 직종 비중이 늘고, 저숙련 직종 비중이 줄어드는 고용구조 변화가 확인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업체의 AI 도입 현황 및 영향에 대한 탐색적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022년 미국 오픈AI(OpenAI)의 챗GPT가 공개된 이후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평균 AI 도입률은 2023년 8.7%에서 2024년 14.2%, 2025년 20.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노동연구원은 사업체패널조사자료를 활용해 생성형 AI 확산이 본격화된 2023년 말 기준 한국 사업체의 AI 도입 현황을 분석했다. 사업체패널조사는 상용근로자 30인 이상 국내 사업체의 고용 및 재무 현황, 인적자원 관리 및 개발, 노사관계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격년 주기로 실시되는 조사다.

분석 결과 국내 사업체의 AI 도입률은 2015년 0.03%에서 2022년까지 1%대에 머물다 2023년 말 5.0%로 급격히 증가했다.

상용근로자 50인 이상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활동조사에서는 2023년 기준 AI 도입률이 6.4%였다.

하지만 사업체 규모별로,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

우선 사업체 규모별로 ▲30~99인 3.5% ▲100~299인 8.7% ▲300~499인 12.4% ▲500인 이상 16.9%로 규모가 커질수록 도입률도 높았다.

기업 유형별 격차도 컸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AI 도입률은 20.0%, 공공부문은 22.1%로 20%를 넘었다. 반면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은 2.4%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경상권(7.6%)과 수도권(6.0%)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충청·강원권은 1.7%, 전라·제주권은 0.8%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대규모 제조업 사업체가 밀집한 경상권과 기술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봤다.

AI를 도입한 사업체는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65.3%)'을 AI 도입의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어 산업재해 감소(25.4%), 인건비 절감(23.2%), 숙련 인력 부족 해결(16.0%) 순이었다.

AI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이번 분석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AI를 도입한 사업체의 전체 근로자 증감률은 2019년 6.9%에서 2021년 4.5%로 낮아졌다가 2023년 6.3%로 다시 높아졌다. 도입하지 않은 사업체도 같은 기간 3.2%에서 0.9%로 낮아졌다가 3.0%로 반등했다. 이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고용 경기가 위축됐다가, 2023년 엔데믹 이후 회복된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직종별 고용구조에는 변화가 있었다.

AI 도입 사업체의 고숙련 직종 비중은 2019년 30.3%에서 2023년 35.6%로 5.3%포인트(p) 늘었다. 반면 저숙련 직종 비중은 같은 기간 9.4%에서 5.0%로 4.4%p 줄었고, 중숙련 직종 비중은 60.3%에서 59.4%로 소폭 감소했다.

AI를 도입하지 않은 사업체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들 사업체의 고숙련 직종 비중은 2019년 27.1%에서 2023년 28.8%로 1.7%p 늘었고, 저숙련 직종 비중은 13.6%에서 12.3%로 1.3%p 줄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6년 구로구 중장년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6.06.16. yesphoto@newsis.com



이는 AI 도입 사업체에서 전체 고용 규모가 급격히 줄지는 않았지만, 인력 구성이 고숙련 중심으로 바뀌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변화가 곧바로 고숙련 인력의 신규 채용 증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를 수행한 김기민 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AI 도입 사업체와 미도입 사업체 간 이질성이 커, 관찰된 차이가 AI 도입의 직접적 효과인지 사업체의 사전적 특성에 기인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추후 분석을 통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생산성 개선 효과도 단기적으로는 뚜렷하지 않았다. AI 도입 사업체는 도입 전부터 미도입 사업체보다 1인당 매출액이 높은 집단이었지만, AI 도입 직후인 2023년에는 생산성 증가세가 오히려 둔화됐다.

AI 영향에 대한 인식도 도입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AI 기술로 인해 전체 고용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AI 미도입 사업체가 28.0%로 도입 사업체(4.3%)보다 높았다. 반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AI 도입 사업체가 25.7%로 미도입 사업체(7.2%)를 크게 웃돌았다.

AI로 인해 생산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도입 사업체가 28.9%, 미도입 사업체가 27.8%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한편 사업체들이 AI를 도입하는 데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기술 부족과 비용 부담이었다. AI 도입 사업체의 49.8%는 'AI 도입 및 활용에 관한 기술 부족'을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과도한 비용' 때문이라는 응답도 48.7%에 달했다. AI 기술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28.8%로 조사됐다.

김 전문위원은 "AI 도입이 대규모 사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과 도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 지원과 AI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단기적으로 가시화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도입 초기의 어려움을 완화할 지원책과 중장기적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