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남준, '멋진 신세계'를 넘어서

기사등록 2026/06/24 06:00:00

SBS '멋진 신세계'서 주연 차세계 역으로 활약

공개 첫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 쇼 1위 직행

로맨틱 코미디 주연 첫 도전…"말투에 고민 많아"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운 오가며 완급 조절 연기

"들뜨지 않으려 노력…나이대 맞는 모든 장르 하고파"

[서울=뉴시스] 배우 허남준.(사진=에이치솔리드 제공) 2026.06.2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솔직히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지난 20일 종영한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이다. 방영 전 소재와 설정이 진부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첫 방송 이후 입소문을 타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흥행은 수치로 입증됐다. 공개 첫 주 넷플릭스 비영어권 TV쇼 부문을 석권한 데 이어 6주 연속 톱 10을 유지하는 기록을 남겼다. 극 중 까칠한 재벌 3세 차세계를 연기한 허남준(33)은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6월 드라마 배우 브랜드 평판 1위를 차지하며 말 그대로 '대세'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허남준은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쑥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 "알아봐 주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지인들도 알고리즘에 제가 엄청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멋진 신세계'가 몇 회 안 나왔을 때 '신기하다' 이러다가 점점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생일 때도 많이 오고, 연락을 원래 안 하던 사람들한테까지 오니 조금씩 체감했던 것 같아요."

허남준은 조선 후궁 강단심의 영혼이 빙의된 무명 배우 신서리를 능청스럽게 연기한 임지연과 함께 극을 이끌었다. 그가 연기한 차세계는 이익에 따라 철저히 움직이는 현실주의자이지만, 신서리 앞에서만큼은 한없이 서툰 인물이다. 자신을 돈 귀신 취급하는 신서리와 길 한복판에서 꽃타작을 벌이다가도 "나 정도 되는 남자"라며 재력과 지위로 속마음을 고백한다. 이런 지질한 차세계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하남자 중 상남자'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차세계는 본질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저 살아남기 위해 갑옷을 단단히 입고, 어릴 적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결핍이 있을 뿐 사람 자체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 자신을 어떤 사회적 위치가 아닌 사람으로 대하는 신서리가 신경 쓰이고 거슬릴 수밖에 없죠. 누가 봐도 신서리는 너무 이상하잖아요.(웃음) 근데 차세계 입장에선 그게 너무 매력적이라 신서리를 놓치면 더 이상 그런 여자를 못 만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차세계는 폭넓은 표현력이 요구되는 캐릭터였다. 완벽하지만 조금의 허술한 구석이 있고, 냉정하되 다정함은 잊지 않는. 그래서 차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어떤 작품을 들어가든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것에 막연하게 오는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굳이 따지자면 고민과 답답함이었죠. '얘는 왜 이런 말을 할까', '왜 이렇게 됐을까'가 처음에 해결되지 않았어요. 점차 받아드리며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서울=뉴시스] 드라마 '멋진 신세계' 속 허남준. (사진=SBS 제공) 2026.06.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허남준은 제작진에게 자주 의견을 물으며 그만의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차세계의 말투가 직설적이라 처음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감독님과 작가님께 '이게 로맨스 남자 주인공이 쓰는 말투가 맞을까요?'라고 많이 여쭤봤는데 결국에는 그걸 다 계산해서 써주셨더라고요. 이런 말투를 쓰던 인물이 한 사람에서 무너지는 모습 덕분에 더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허남준이 연기한 차세계는 악질재벌 다운 꼿꼿한 모습으로 첫 장면을 장식한다. 그러다 난데없이 신서리에게 뺨을 맞고 넋을 잃고 사랑에 빠진다. 익숙한 클리셰지만 신선하게 느껴지는 건 허남준의 탁월한 완급 조절 덕분이다. 철저한 연습과 연구가 연기의 바탕이 됐다. "대본을 받았을 때 연습한 부분도 있지만 평상시에 많이 습득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대본을 받고 급하게 뭔가 만들어내면 힘들어지거든요. 말투나 소리, 하다 못해 차세계가 능글맞게 그러는 것도요."

어느 작품이든 그렇지 않겠는가만 '멋진 신세계'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중요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서사, 로맨스와 코미디, 사극을 오가는 흐름에서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아야 했다. "촬영을 거듭할수록 호흡이 좋아졌어요.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해줘야 할 것들을 너무 잘 해주셨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다들 너무 잘하니까 '나만 잘 하면 되겠다', '다 된 밥에 코 빠트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게 됐어요."

신서리를 연기한 임지연에 대해선 "다시는 못 만날 사람"이라며 극찬했다. "대본을 보면서 신서리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구현해낼까 궁금했어요. 대본이 좋은 만큼 연기 난이도도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임지연 선배는 의심의 여지 없이 잘하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현장에서 NG를 내지 않는 임지연의 준비 방식은 항상 긴장하게 할 정도였다. "촬영 후반부는 잠을 못 자면서 촬영을 했는데 한 번도 틀리지 않더라고요. '잘하는 사람이 열심히까지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덩달아 정신 차리게 됐어요."
[서울=뉴시스] 드라마 '멋진 신세계' 속 허남준. (사진=SBS 제공) 2026.06.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요즘처럼 허남준의 이름이 많이 불리는 때가 없지만, 그는 긴 무명 시절을 보냈다. 3~4년 전까지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를 병행했다. 2019년 영화 '찻잔처럼'으로 데뷔해 단역과 조연을 오가며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2023년 드라마 '혼례대첩'의 정순구, '스위트홈'의 강석찬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듬해에는 드라마 '유아 아너'에서 빌런 김상혁을 맡아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7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그가 출연한 영화·드라마만 23편. 다작만 한 건 아니다. 매 작품 캐릭터 변화의 폭도 컸다. 그가 연기한 인물들의 외형만 봐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 점에서 차기작인 드라마 '고래별'은 허남준의 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배우 최우식, 문가영 등과 함께 촬영 중인 이 작품에서 그는 독립운동가 송해수 역을 맡았다. 가족을 잃고 신념과 상처 때문에 그림자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인기 웹툰이 원작인 만큼 팬들은 허남준의 캐스팅을 환영했다. "싱크로율이 좋다고 해주시니 감사하죠. 그만큼 잘 해내야 해서 부담감도 있지만.(웃음) 캐릭터는 확실히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요. 차세계에 비하면 많이 어른스러운 친구. 절제미도 있고 아픔도 있는 캐릭터에요."

허남준의 다음 목표는 나이대에 맞는 모든 장르에 도전하는 거다. 단순히 직업이기 때문에 지속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의 경지로 나아가고 싶은 욕망, 익숙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멋진 신세계'는 제게 너무 큰 행복을 느끼게 해준 감사한 작품이에요. 하지만 연기자로서 다음 작품에 집중을 해야 하기에 너무 들뜨거나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연기를 하는 배우니까 연기를 계속 잘 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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