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자랑 기부금 받고 행사 장소 변경…대법 "사기죄 아냐"

기사등록 2026/06/23 12:00:00 최종수정 2026/06/23 13:28:23

기부금 받을 당시와 개최 장소가 달라져

대법 "개방행사 장소, 중요한 의미 없어"

"민사적 해결 수단 가능…형사처벌 신중"

[서울=뉴시스] 노래자랑 행사를 연다며 기부금을 받아 간 뒤 행사 장소가 달랐다는 이유로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단법인 이사장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2026.06.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노래자랑 행사를 연다며 기부금을 받아 간 뒤 행사 장소를 변경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사단법인 이사장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행사가 실제 개최됐던 만큼 큰 틀에서 기부금을 받으면서 피해자를 속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사단법인 단체 이사장 A씨의 사기 혐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8월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에서 여는 노래자랑 행사의 대회장을 맡아 달라'며 B씨를 속여 기부금 5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단체는 2022년부터 부산 중구 유라리광장에서 노래자랑 행사를 개최했는데, 그해 9월 17일 개최된 행사 본선도 유라리광장에서 열렸다.

B씨는 개최 장소가 '용두산공원'으로 기재된 행사 포스터를 받고 A씨에게 기부금을 보냈는데, 8일 뒤 행사 장소가 달라진 것을 알고 항의했다.

1, 2심은 A씨의 행위를 '사기'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행사 개최 장소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장소를 속여 기부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용두산공원과 유라리광장은 부산 중구 내 540m 거리에 있지만, B씨가 주거지 인근 공원에서 지인들을 초청해 행사를 열길 원했던 점 등을 고려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B씨가 기부금을 주면서 A씨에게 써 준 '추대 수락서'에 장소 관련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행사를 여는 게 중요하지 어디서 여는지는 부차적 문제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구민과 소상공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이 행사는 유라리광장에서 취지에 맞게 개최됐다"며 "B씨가 지인들의 편의 차원에서 보다 가까운 용두산공원에서 개최되는 것을 선호했을 뿐 행사 개최 장소가 어디인지는 일반적, 객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위반 행위가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계약 내용에 본질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법원은 "A씨가 B씨 요청에 따라 장소 변경을 시도했고, 담당 구청 직원 증언에 의하면 용두산공원에서 행사가 열린다는 포스터까지 게시됐다"며 "A씨가 행사 장소와 관련해 B씨를 기망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계약의 비본질적인 부분과 관련된 분쟁은 민사적 분쟁 해결 수단으로도 충분히 합리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며 "형사사법 잣대를 들이대 최후적, 보충적 규제 수단인 국가형벌권 행사를 통해 개입하는 것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