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中기업 블랙리스트 확대에 中도 즉각 보복
전문가 "협상 지렛대용 조치…대화 자체를 깰 수준은 아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 기업 수십 곳을 상대로 무역 제한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국방부가 이달 초 알리바바그룹과 바이두 등 중국 기업 20여 곳을 ‘중국군 지원 기업’ 명단에 올린 데 대한 맞대응이다. 미국은 이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의 미군 거래를 제한하고, 명단 등재만으로도 해당 기업의 미국 내 사업 평판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명단에 오른 미국 방산업체 10곳은 무기나 군사 장비로 전용될 수 있는 중국산 제품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
중국은 미국이 희토류 자립을 위해 육성 중인 업체들도 겨냥했다. 희토류는 드론, 미사일, 레이더, 전기차 등 첨단산업과 방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다. 중국은 희토류 정제·가공 공급망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특히 MP머티리얼스와 USA레어어스가 명단에 오른 점은 미국의 희토류 자립 시도를 겨냥한 경고로 해석된다. 두 회사는 미국이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는 업체들이다.
MP머티리얼스는 미 국방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미국의 대표적인 희토류 채굴·가공 업체다. USA레어어스는 아직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미국 내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드론, 로봇, 항공우주 등 군사 분야와 맞닿은 업종도 함께 겨냥했다. 미국이 중국 의존을 끊으려는 분야를 중국이 정면으로 압박한 셈이다.
다만 중국은 중국 내 미국계 투자기업이 만든 제품은 배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 기업을 겨냥하면서도 중국 제조업이 받을 충격은 줄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가 당장 미국 방산업계에 큰 피해를 주기보다는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상징적 압박 조치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방산업체의 중국 내 사업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제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국가안보를 지키고 군사 기술이나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미국 국방부가 중국 군 관련 기업 명단을 확대한 데 대한 직접적인 맞대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고 관세와 통상 문제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정상회담의 ‘관계 안정’ 합의가 공급망 보복전까지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통상 전문가인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교수는 중국의 이번 조치가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미중 통상 협상에 마찰을 더하겠지만, 협상 자체를 깨뜨릴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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