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선 가격이 신조선가 추월하는 기현상
인도 지연에 선주들 즉시 운항 선박 선호
유조선 중심 가격 역전…시장 과열 양상
선가 상승 견인하며 국내 조선사 호재로
신조선 발주 후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선주들이 즉시 운항 가능한 선박 확보에 나서며 중고선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가격 역전 현상이 2007년 조선업 슈퍼사이클 당시와 유사하다며 업황 상승 국면 진입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중고 선박 가격이 신조선가 추월
21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중고선가지수는 211포인트를 기록한 반면 신조선가지수는 185포인트 수준에 머물렀다.
통상 중고선 가격이 신조선 가격을 웃도는 현상은 선주들이 선박 확보를 서두를 때 나타난다. 신조선은 인도까지 3~4년 이상 걸리지만 중고선은 즉시 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선 가격 강세는 높은 운항 수요를 보여주는 선행지표"라며 "결국 신조선 발주 확대와 선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VLCC의 신조선 가격은 약 1억3050만 달러지만 선령 5년 중고선은 1억4500만 달러에 거래된다. 즉시 인도 가능한 리세일 선박은 1억7500만 달러까지 올랐다.
수에즈막스 탱커도 신조선 가격 8950만 달러보다 5년 선령 중고선 가격이 높은 1억400만 달러 수준이다. 아프라막스 탱커 역시 중고선 가격이 8000만 달러로 신조선 가격 75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업계는 이를 두고 "5년 된 중고차가 새 차보다 비싼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지정학 리스크·공급 부족 영향
중고선 가격 강세 배경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조선소 공급 부족이 꼽힌다.
중동 불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유·LNG 운송 수요가 증가한 데다 러시아산 원유 운송에 활용되는 그림자 선대 수요도 노후 선박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조선소들의 수주잔고가 크게 늘면서 선박 인도 시점이 2028~2029년, 일부는 2030년 이후까지 밀린 상태다.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선대 교체 수요도 중고선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중고선 가격 상승은 신조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국내 조선사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최근 수에즈막스 탱커를 클락슨 기준가를 웃도는 9400만 달러에 수주했고, 한화오션도 팬오션으로부터 VLCC 4척을 척당 1억3100만 달러에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선종에서 선박 자산 가치가 상승하며 조선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중고선 시장 강세가 지속되면 수주 단가와 영업이익률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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