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악재, 패닉 셀링 가능성 낮아"
"금리 인상에 은행주 수혜, 내수주 부진"
17일 금융투자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15~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1.0%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1.0% 대에 도달한 것은 1995년 이후 약 31년 만이다.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지난해 12월 인상한 후 4차례 금리를 동결했다. BOJ는 경제·물가·금융 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단계적으로 금리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급격한 엔화 강세 전환과 함께 글로벌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2024년 8월 전세계 시장을 뒤흔들었던 '블랙먼데이'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짙어지고 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77% 하락했고 닛케이 지수도 3거래일 간 21% 폭락하는 등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미국 국채, 기술주, 가상자산 등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일본은 오랜 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왔고 이로 인해 일본에서 돈을 빌려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형성됐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 조치가 이미 예고된 긴축인 만큼 국내 증시 충격으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주요국과 절대적인 금리 격차가 여전해 엔 캐리 자금의 대규모 '패닉 셀링'(공황 매도)이 재연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일본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영향은 단기적인 포지션 조정 수준에 그치며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시장의 과도한 공포론을 일축했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이번 인상만으로 엔화 강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연구위원은 "일본 정책금리가 1%대가 됐다고 하더라도 미국 등 주요국 금리가 훨씬 높은 상황에서 글로벌 자금들이 굳이 높은 수익률을 포기하고 낮은 금리의 일본으로 대거 환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역전되지 않는 한 일본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거대 자금이 해외 자산을 매각하고 돌아올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환율 시장의 안정세를 근거로 들었다. 정 연구위원은 "시장의 우려처럼 엔 캐리 청산 압력이 정말 크다면 엔·달러 환율이 이미 160엔선이 무너지고 훨씬 더 아래로 내려와 있어야 정상"이라며 "하지만 현재 환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고 차분하다는 점 자체가 이번 인상이 시장에서 충분히 예상해왔던 이벤트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엔 캐리 청산 압력으로 기술주나 내수 성장주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반면, 대내외 금리 상승 압력과 대출 자산 성장이 맞물린 국내 은행주들이 확실한 우상향 랠리를 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금리인상 여파로 전날 금융주들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KB금융(1.95%), 하나금융지주(2.40%), 신한지주(1.04%), 우리금융지주(2.15%) 등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BNK금융지주(2.83%), 카카오뱅크(1.68%), 기업은행(2.90%), JB금융지주(3.45%) 등 금융주들이 모두 상승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18만2500원, 13만5900원을 터치하며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지난달 은행 대출 수요가 급증하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데다, 하반기 금리 인상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은행주가 대표 수혜 업종으로 부각된 결과다. 금리 상승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을 개선시켜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6조9000억원 늘어난 1181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8월(9조2000억원 증가)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물가, 환율, 유가 등 거시경제지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상승 수혜와 최대실적, 높은 주주환원율이 지속되고 있는 은행주를 안전자산에, 주식시장 상승 수혜주인 증권주를 위험자산에 배분하는 바벨전략을 추천한다"며 KB금융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일본발(發) 금리 변동성이 국내 은행권에는 실적 모멘텀이 되지만, 고금리에 취약한 업종에는 하방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인상은 엔화 강세 요인이지만, 국채 매입 감액 중단은 금리 급등을 억제해 강세폭을 제한한다"며 "금리인상은 순이자마진(NIM) 개선 기대를 높여 긍정적이다. 다만 부동산, 리츠, 내수 성장주는 금리 상승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어 업종별 차별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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