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갔다오는데만 약 80분…읍·면지역 소아진료 열악

기사등록 2026/06/12 06:03:00 최종수정 2026/06/12 06:46:29

보건행정학회지 소아외래 접근성 격차 연구

대기 시간은 비슷…이동거리에 삶의 질 악화

[서울=뉴시스]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사진=뉴시스 DB) 2025.09.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부모들은 자녀의 소아과 진료를 위해 80분에 가까운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보건행정학회지에 실린 '도시와 농촌 간 소아 외래의료 접근성 격차와 정책 수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이 소아청소년 관련 진료과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2세 미만 자녀의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역별 격차가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농촌 등 읍·면 지역의 소아청소년 외래 진료 소요시간은 평균 77.4분으로 도시(동) 67.5분보다 약 10분 가까이 더 소요됐다.

흥미로운 점은 병원에 도착한 이후의 진료 대기 시간 자체는 지역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읍·면지역 대기 시간은 36.1분으로 도시지역 34.3분보다 1.8분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대기시간이 두 지역 모두 30분으로 동일하더라도 왕복 이동시간이 읍·면은 약 80분(편도 40분), 동은 약 40분(편도 20분)으로 관찰돼 총 소요시간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결국 의료기관까지 오가는 물리적인 이동 거리의 격차가 전체 진료 여정의 소요 시간을 늘리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주관적 거리 인식을 보면 읍·면지역 부모는 5점 만점에 2.96점, 도시지역 부모는 3.32점이다. 이 수치는 1에 가까울수록 멀고 5에 가까울수록 가깝다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물리적 거리와 시간의 격차는 부모들의 심리적·현실적 생활 부담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소아청소년과 관련 진료가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지를 알아보는 조사에서는 5점 만점에 읍·면지역 부모는 3.04점, 도시지역 부모는 2.84점으로 나타났다. 먼 거리 이동 때문에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읍·면지역 부모(2.92점)는 도시지역 부모(2.78점)보다 부담을 호소했다. 의료기관이 충분하다고 인식하는지를 알아보는 조사에서는 읍·면지역 부모가 2.29점으로 도시지역 2.85점보다 낮았다.

연구진이 진료 소요시간, 이동거리 인식, 경제적 부담 인식 등을 토대로 3개 군집분석을 한 결과 진료 소요시간이 가장 긴 군집에서는 평균 92.1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읍·면지역 부모(3.94점)는 도시지역 부모(3.79점)보다 소아청소년 관련 진료 부분이 출생율에 더 많이 기여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도시 지역에서는 의료접근성의 직접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약했고, 대신 의료기관 충분성 인식이 정책 수요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소아의료 접근성 정책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 확충과 같은 공급 중심 접근에 국한하기보다는 보호자가 외래 이용과정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시간 부담과 생활 불편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읍·면지역은 구조적 한계를 고려해 권역 거점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순회 진료체계, 원격 협진 기반의 진료 연계, 응급상황 시 신속한 이송체계 구축 등 접근성 기능을 보완하는 대체전략이 보다 실현 가능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도시지역의 경우 의료기관 수의 단순한 확대보다는 주말·야간 진료의 선택적 확대, 진료 대기시간 관리, 경증·중증 분리 운영 등 의료이용 경험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에서는 경제적 부담 인식은 정책 수요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소아청소년 의료비 본인부담의 추가적 완화를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하기보다는 시간·생활부담을 중심으로 한 의료접근성 개선에 정책의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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