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發 실수요 이동…서울 외곽 아파트 신고가 잇따라

기사등록 2026/06/11 06:00:00

전세난에 세입자 '매수'로 전환…6억 대출 가능한 외곽 지역 단지 매수세↑

주택 공급 부족 우려에 상승 압력↑…15억 이하 단지 중심 '키 맞추기 현상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폭이 매매가격을 뛰어넘으면서 임대차시장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4월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55%, 전세는 0.82%, 월세는 0.74% 상승했다. 전세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임대인 우위 구도도 강화되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5월 둘째 주 기준 113.7로 2021년 3월 둘째주(116.8) 이후 가장 높았다. 사진은 18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매물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2026.05.18.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전셋값이 급등하고, 전세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서 기존 세입자들의 매매 문의가 늘고 있어요."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단기간에 집값이 이렇게 오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전셋값 부담이 커지자 기존 세입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며 "전세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내 집 마련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출 규제와 전세 매물 부족이 겹치면서 외곽지역 집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이후 비교적 잠잠했던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6억원 대출이 가능한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서울 외곽지역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수요가 집중된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가격이 15억원에 맞춰 오르는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2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3.77%로, 지난해 같은 기간(0.65%)의 약 6배 수준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값도 2주 연속 0.25% 상승률을 기록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자치구별로 보면 동대문구(0.37%)는 답십리·휘경동 중소형 단지 위주로, 성동구(0.35%)는 옥수·행당동 위주로, 강북구(0.35%)는 미아·번동 주요 단지 위주로, 성북구(0.34%)는 길음·하월곡동 위주로, 중구(0.31%)는 신당·황학동 위주로 상승했다.

강서구(0.31%)는 가양·화곡동 역세권 단지 위주로, 영등포구(0.31%)는 대림·여의도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송파구(0.28%)는 거여·방이동 위주로, 구로구(0.27%)는 개봉·고척동 위주로, 동작구(0.25%)는 대방·사당동 위주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의 관망 심리로 매수 문의가 다소 한산한 지역과 신축·대단지·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꾸준히 발생하는 지역이 혼재하는 가운데 서울 전체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강북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처음으로 11억원을 돌파했다. KB부동산 월간 통계에 따르면 서울 한강 이북 14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2월 10억9671만원에서 3월 11억1831만원으로 상승하며 11억원 선을 처음 넘어섰다.

강북권 아파트값은 2022년 6월 10억1400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23년 8월 9억1788만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반등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7월 10억원 선을 회복했고, 8개월 만에 1억원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전용면적 84㎡)은 지난달 12일 14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1년 전 11억원대 중후반 수준이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또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전용면적 84㎡)는 지난 4월22일 18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15억원대 거래가 있었던 단지로, 반년 만에 약 3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전세난과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이 서울 외곽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수요 확대에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의 올해 입주 물량은 2만9161가구로, 지난해(4만2611가구)보다 31.6%(1만3450가구) 감소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난과 대출 규제, 공급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외곽지역으로 매수세가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며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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