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조선의 사회주의 위업에 대한 확고한 지지 변하지 않아"
전문가들 "시 주석 발언, 북한을 현 상태 그대로 인정한다는 의미"
北 '전략적 지위'·中 '실질협력' 강조…中관영, 시진핑 '4대 이니셔티브' 소개
北, 시진핑 외교전략 보도 누락…교류도 상세 언급 없어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는 전략적 협력을 통해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지만 방점은 달랐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 등 대외구상과 실질적인 경제협력 및 인적교류 확대 방안을 조명했다.
북한은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중국과의 공고한 전략적 관계를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선회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핵무력 강화의 정당성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일반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은 8일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조중(북중)친선을 가장 중대한 제1의 전략적 사업으로 견지하고 두 나라 관계를 사회주의국가 간 관계의 본보기로, 변색될 수 없는 특수하고 진실하며 공고한 전략적 관계로 강화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대외정책 핵심인 '하나의 중국'(중국 본토와 타이완, 홍콩, 마카오는 나눠질 수 없다는 원칙)에 대한 지지도 밝혔다.
북한이 중국의 대미견제에 필요한 동반자이자 전략적 공조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임을 대외적으로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영도하는 조선(북한)의 사회주의 위업에 대한 확고한 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회담 보도문에서는 '조선반도'(한반도)나 '비핵화' 표현이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회담 결과 보도뿐 아니라 시 주석의 방북 일정 동안 나온 모든 기사에서 북핵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직전 방북인 2019년 6월 당시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북한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 주석의 발언은 북한을 현 상태 그대로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북한으로서는 핵보유국 지위의 사실상 묵인이자,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제고하는 성과"라고 분석했다.
신화통신 역시 북한의 전략적 성격을 강조하며 중국의 대북정책에서 비핵화는 더이상 우선순위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북중관계 발전을 위해 제시한 네 가지 구상을 소개했다. 북중관계 재설정을 시 주석이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고위급 교류 ▲인민복지 목표로 실질협력 제고 ▲민심 유대 강화 ▲전략 협력 내실 구축 등을 제시했다.
신화통신은 각 구상의 실현 방안도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는데, 시 주석은 고위급 교류 일환으로 당·외교·법 집행·군사 분야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신문 보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무역, 농업, 건설, 과학기술, 보건의료 등 분야의 실질 협력을 확대할 의향을 밝혔다.
또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과 민항 항공편 및 국제 여객열차 운행 재개를 계기로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구는 북한과 중국 사이에서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세관, 출입사무소 등 국경 출입구를 일컫는다. 주요 통상구는 신의주-단둥, 남양-투먼, 나선 원정리-훈춘, 무산-난핑 등이다.
코로나19 때 닫혔던 통상구를 전면 재개통하면 세관 운영 및 출입구 업무가 정상화하고 화물 통관이 확대돼 북중 교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노둥신문은 이를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보다 확대발전"시키기로 했다고 간략하게 알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원하지만, 자국 체제가 중국식 경제 모델이나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민심 유대 강화를 목적으로 제안한 중국인민지원군 열사 기념시설 유지·관리와 혁명 전통 교육 및 청소년 사상교육은 통신에만 등장했다. 노동신문 보도에서는 아예 빠졌다.
중국인민지원군은 한국전쟁(6·25전쟁) 때 참전한 중국군으로, 당시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지원군' 명칭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정규군인 중국인민해방군이다.
인민지원군의 희생을 앞세울 경우 중국에 대한 부채의식을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신문이 보도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시 주석이 말한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과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시 주석의 대표적인 외교 노선인 인류 운명공동체 구상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인류가 평화와 발전을 도모하자는 내용으로, 중국 헌법에도 삽입됐다.
경제, 안보, 문화, 국제 거버넌스 전반에 걸쳐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4대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2020년대 들어 시 주석이 주장하고 있는 핵심 외교·안보전략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외교·안보 담론에 동참한다는 인상을 대내외적으로 내세우는 데 신중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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