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도 내국세 20.79% 자동 배분 유지
예정처·KDI·감사원 수년째 개편 필요성 제기
기획처, 의무지출 구조조정 추진에 논의 재점화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학령인구 감소에도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감사원 등이 수년째 제도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역대 정부는 교육계 반발 등에 막혀 번번이 손을 대지 못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의무지출 구조조정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서 해묵은 교육교부금 개혁 논의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제도다. 초·중등 교육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1972년 도입됐지만 학령인구 감소에도 교부금 규모가 자동 증가하는 구조를 두고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예정처와 KDI, 감사원 등은 학령인구 감소에 비해 교육재정 증가세가 과도하다며 수차례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내국세 증가에 연동돼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교육 수요 변화와 재정 여건을 반영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논란은 윤석열 정부 시절 정점에 달했다. 당시 정부는 남는 교육재정을 고등·평생교육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교육계와 시·도교육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며 제도 개편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 2024년 국회에서도 교육교부금을 활용한 고등·평생교육 재원 확보 방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치권 대립과 교육계 반발 속에 근본적인 제도 개편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교육교부금 개편론은 사라지지 않았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와 미래 성장동력 투자 확대 필요성 등으로 한정된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획예산처도 교육교부금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현재 교육재정의 약 74%가 초·중·고 교육에 투입되는 반면 영유아·고등교육·평생교육에는 26%만 배분되고 있다"며 교육재정 배분 구조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기획처 실무진도 교육재정 재배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향우 사회예산심의관은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교육교부금이 내국세에 연동돼 특정 사유로 크게 늘어나면 전체 교육예산에서 고등교육, 영유아교육, 평생교육 등에 투자할 재원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령인구가 줄고 가용재원에 여유가 있다 보니 현금 공약 같은 것들이 나오고 있다"며 "평생교육, 영유아 교육 수요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전환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획처는 교육교부금 개편이 단순히 예산 규모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재정 배분 구조를 재조정하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현재 전체 교육재정의 약 74%가 초·중·고 교육에 투입되는 반면 영유아·고등교육·평생교육에는 26%만 배분되고 있어 인구구조 변화와 교육 수요 변화를 반영한 재원 재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1972년 교육수요에 대응해 마련된 내국세 연동 방식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각종 행사·기념사업 등에 낭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어떤 방식의 개편안을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획처는 "교육·재정 여건을 고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 배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개편 방식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교육계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지만 기획처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함께 재량지출 15%, 의무지출 10% 감축을 추진하면서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도 다시 힘을 받는 모습이다.
박 장관은 "각 지방교육감들도 선출된 만큼 이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시점에 다다랐다"며 "저희가 제도 개선을 지금 본격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 교육부, 교육감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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