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2집 '레모네이드' 리뷰
"다중우주 속 입체적인 '성장 서사'로 진화"
타이틀곡 '레모네이드', 英 싱글차트 95위 데뷔
정규 2집, 빌보드 200 톱10 진입 예상
에스파의 세계관은 이제 정교하게 기획된 롤플레잉을 지나, 다중우주 속 카리나, 윈터, 지젤, 닝닝 네 멤버들이 각자의 상처와 고유성을 끌어안고 나아가는 입체적인 '성장 서사'로 진화했다. 초기 세계관이 현실의 자아와 디지털 자아(ae)의 공존이라는 파격에 머물렀다면, 제3장 '컴플렉시티(Complexity)'와 현실 세계의 '크랙(균열)'은 한층 깊은 철학적 사유를 요한다.
의식까지 완벽히 복제된 나의 복사본이 태어난다 해도, 태어난 순간부터 다른 환경과 체험 속에 놓인다면 그는 필연적으로 나와 다른 개별적 존재가 된다. 에스파는 변종된 자아의 스산함조차 타자화하지 않고 온전히 직시한다. 가상과 현실의 균열이라는 위기를 주체적인 성장의 동력으로 전복시키는 서사는, 존재의 다원성을 긍정하는 성숙한 윤리적 감각이자 치열하게 스스로를 증명해 낸 자만이 획득할 수 있는 미학적 성취다.
음악적 영토의 확장 역시 경이롭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 '레모네이드'는 삶이 던지는 시련(레몬)을 기꺼이 갈아 마시겠다는 주체적 선언이다. 에스파 특유의 서늘하고 묵직한 '쇠맛'은 여기서 유쾌하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쇠콤달콤(신맛+쇠맛)'으로 변모했다. 거친 시련조차 개구지게 삼켜버리는 여유는 치밀하게 직조된 스펙트럼 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라틴 팝스타 베키 지(Becky G)'가 참여한 '레모네이드' 버전은 챈트 보컬의 뻔뻔한 변주와 베키 지의 파워풀한 래핑은 충돌하며 전혀 다른 질감의 쾌락을 주조해낸다. 한류 그룹 '빅뱅' 멤버 겸 솔로가수 지드래곤(G-DRAGON)이 참여해 인더스트리얼 힙합 리듬 위로 변종 자아의 스산함을 극대화한 선공개곡 'WDA(Whole Different Animal)',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이 참여해 유연한 강인함을 접이식 칼에 비유한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 에스파의 한계 없는 장르 소화력을 보여주는 팝 록 '틸 위 다이('Til We Die)' 등은 세계관의 뼈대를 단단히 지탱한다.
결국 에스파의 독보적인 행보는 3차원의 데카르트 좌표계 위에 명확히 새겨진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확장되는 독창적 콘셉트가 가로축(X)이라면, 그 거대한 서사를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현실화하는 멤버들의 주체성은 세로축(Y)이다. 그리고 이 세계관을 능동적으로 해석하며 연대하는 팬덤 '마이(MY)'의 존재가 비로소 공간의 깊이축(Z)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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