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의 여름방학 보낸 극장업계
올해 기대작 대거 개봉에 반등 기대감
2025년 여름 흥행작 '좀비딸' 1편 불과
올해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 '호프' 대기
놀런 감독 신작에 스파이더맨도 합류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지난해 여름은 한국 극장업계에 악몽이나 다름 없었다. 여름방학 기간인 7~8월은 영화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지만, 작년 이 시기 흥행작은 '좀비딸'(563만명) 1편에 불과했다. 각 영화 손익분기점과 무관하게 최근 업계 흥행 기준은 200만명 정도로 맞춰져 있다. 2025년 여름엔 200만명 넘게 본 작품이 '좀비딸' 하나였단 얘기다.
◇극장업계 여름 성수기의 몰락
코로나 사태 극복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은 극장업계는 이번 여름 반등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여름 개봉을 준비 중인 작품이 팬데믹 후 어느 때보다 알차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감염병 사태 이후 여름방학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운 2022년을 넘어설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국내 멀티플레스 업체 관계자는 "올해 여름 라인업은 모든 연령대, 모든 취향을 아우를 수 있어 보인다"며 "이젠 사라져버린 여름 성수기 부활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반기 한국영화 상승세…여름 관객 폭발 이어지나
팬데믹 후 극장가 회복이 막 시작된 2022년까지만 해도 여름 성수기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다. 그 해 7~8월 국내 개봉 영화 중 200만명 이상 본 작품은 총 5편이었다. '한산:용의 출현'이 726만명이 봤고, '헌트'가 435만명, 이와 함께 '토르:러브 앤 썬더'(271만명) '미니언즈2'(226만명) '비상선언'(205만명)이 있었다. 극장 전성기였던 2019년만큼은 아니었어도 코로나 직후 거둔 성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2023년부터 극장과 영화는 줄곧 내리막이었다. 그해 200만명 이상 본 작품은 4편으로 전년 대비 1편 줄었고, 최고 흥행작은 '밀수'로 관객수는 514만명이었다. 2024년은 더 악화했다. 200만명 이상 본 영화는 3편으로 1편 더 줄었고, 최고 흥행작이었던 '파일럿' 관객수는 400만명대까지 내려왔다(471만명). 그리고나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난해 재난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여름에 영화를 내놓는 게 오히려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닥을 친 극장업계는 올해 급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상반기 한국영화가 '왕과 사는 남자'(1689만명) '군체'(412만명) '살목지'(323만명) '만약에 우리'(247만명) 등을 통해 상승세를 탄데다가 7~8월 개봉 영화 라인업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흥행 못 하는 게 더 어려운 영화가 있다?
7~8월 개봉 예정인 한국·외국 영화는 5편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호프'(7월 말 예정) '오디세이'(8월5일)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7월 말 예정) '모아나'(7월8일) '미니언즈&몬스터즈'(7월15일) 등이다. 역시 가장 관심 가는 건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주목 받은 나홍진 감독 '호프'다. '호프'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최고 혹은 최대다. 이 작품은 국내 최고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나홍진, 국내 최고 흥행 배우인 황정민, 역대 한국영화 최대 제작비, 역대 최대 수출 기록 등으로 설명된다. 제작사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설명하든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호프'에 대한 기대감은 이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치솟았고, 지난달 예고편 영상 2개가 공개되며 더 올라갔다. 칸에서 상을 받진 못 했지만 높은 완성도, 빼어난 연출력, 영화적 재미를 두루 갖췄다는 덴 이견이 없다. 각 1분30초 분량 예고 영상 2개와 영화 속 순간을 담은 사진만으로도 국내 영화팬은 "또 어마어마한 게 올 것 같다" "벌써 심상치가 않다"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아직 섣부른 예상이지만 이 영화가 흥행이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놀런과 스파이더맨, 확신의 그들이 온다
여름에 나올 대작 한국영화는 '호프' 1편 외에 없는 상황이긴 하나 '호프' 못지 않게 강력한 할리우드 영화 2편이 대기 중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새 영화 '오디세이'와 마블슈퍼히어로영화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다. 업계는 놀런 감독과 스파이더맨 영화는 실패한 적이 없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놀런 감독 영화는 '오펜하이머'(323만명) '테넷'(200만명) '덩케르크'(282만명) '인터스텔라'(1038만명) '다크 나이트 라이즈'(642만명) '인셉션'(601만명) '다크 나이트'(428만명) 등 흥행하지 않은 적이 없다. 놀런 감독 영화는 단순히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화제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놀런 감독 영화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그의 작품에 대해 얘기하는 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영화와 극장을 향한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놀런 감독 영화는 언제나 중요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히어로 브랜드인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로 5년만에 돌아온다. 이 시리즈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전승(全勝)이다. 마블이 만든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은 약 2280만명이 봤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작은 약 900만명이 봤고, 원조 '스파이더맨' 시리즈 3부작은 1·2편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3편이 493만명이 봤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큰 인기가 있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업계는 최근 마블영화가 완성도와 흥행 모든 면에서 부침을 겪고 있긴 하나 이 시리즈만큼은 실패한 적이 없다는 점, 완성도를 떠나 무조건 극장에서 보겠다는 마니아층이 강력하다는 점, 이번 영화 완성도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기사가 미국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를 흥행 못하는 게 더 어려운 영화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놀런 감독 영화는 청소년 관객과 접점이 크지 않지만, '스파이더맨' 영화는 청소년 또한 열광하는 영화"라며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폭발적인 흥행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입소문 무시 못하지
'호프' '오디세이'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 만큼은 아니지만 '모아나'와 '미니언즈&몬스터즈' 역시 강력한 프랜차이즈다. 애니메이션 '모아나' 시리즈는 2편 합계 약 580만명이 봤고, '미니언즈' 시리즈 2편은 약 490만명이 봤다. 실사화 된 '모아나'엔 현재 할리우드 최고 흥행 배우인 드웨인 존슨이 출연하고, '미니언즈&몬스터즈'는 확실한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전체관람가로 가족 단위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2023년 '엘리멘탈'(723만명)이 그랬던 것처럼 전체관람가 영화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는 게 중요하다. 만약 이 두 영화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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