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매입임대 39개 건물, '화재 취약' 자재 사용 드러나

기사등록 2026/06/06 07:00:00 최종수정 2026/06/06 07:20:25

SH, 시험성적서 미확인…가연성 자재로 임대주택 준공

광명 화재도 필로티가 원인…임대주택 39개 동 '취약'

난연 미달 신기술 지정취소 검토…900억·200여건 적용돼

【서울=뉴시스】서울 노원구의 한 필로티 건물. 2018.01.02. (사진 = 노원구 제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보유한 임대주택 39개 동의 내진성능 보강공사 과정에서 화재에 취약한 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 결과 해당 자재를 사용한 기둥은 건축법상 화재 안전 기준인 난연성능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계약업무 등 취약분야 공직감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H는 2021년 자사 매입임대주택 39개 동에 대한 내진성능 보강사업을 추진하면서 국토교통부 지정 건설신기술을 적용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공법으로 보강한 기둥이 건축법상 난연성능 기준에 미달한다고 판단했다.

나라장터 입찰공고문에 따르면 사업 대상 주택은 금천구(독산·시흥동), 도봉구(도봉·방학동), 구로구(개봉·고척동) 일대에 분포해 있다.

사업에는 한 건축물 구조보강 전문업체가 보유한 국토부 지정 건설신기술이 적용됐다. 해당 공법은 유리섬유·탄소섬유로 제작한 보강용 패널과 시트를 난연성 접착제로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착해 내진 성능을 강화하는 섬유보강공법이다.

SH는 필로티형 주택 1층 기둥에 '난연성능을 갖춘 마감재료'인 섬유보강재를 시공한다는 내용으로 공사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SH는 시공 과정에서 건축법상 요구되는 시험성적서를 제출받아 난연성능 확보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감사 결과 해당 제품은 섬유시트를 부착하는 에폭시 접착제가 가연성이어서 별도의 난연코팅제를 추가 시공하지 않을 경우 난연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에 의뢰한 시험에서도 가연성 접착제로 인해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매입임대주택 39개 동은 건축법상 난연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로 준공된 것"이라고 밝혔다.

매입임대주택은 SH 등 공공기관이 민간 주택을 매입해 저소득층,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취약계층에게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난연성능이 미달한 부분은 이들 주택의 필로티 1층 기둥 마감재다.

필로티 구조는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7월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광명 아파트 화재 역시 필로티 구조의 화재 취약성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SH 역시 화재 안전 확보를 위해 기둥 섬유보강 시 '건축법' 등 관련 규정에 따른 난연성능 이상의 재료를 사용하도록 규정했지만 실제 시공 자재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1층이 개방된 필로티 구조 건축물은 화재 시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천장과 기둥에 불연재 마감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는 감사 과정에서 "관련 업체에 추가 시공 요구와 손해배상 청구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H 관계자는 "지난 4월30일 감사원으로부터 관련 조치를 통보받았으며, 오는 6월30일까지 감사원에 조치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조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신기술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에 활용실적 기준 누적 약 900억원 규모, 200건 이상의 공사에 적용된 것으로 신고돼 있다. 다만 감사원이 난연성능 미달을 확인한 곳은 SH 1차 사업 39개 동이며, 다른 현장 역시 동일한 문제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KAIA 측은 "해당 기술은 마감재가 아닌 구조보강재로 지정된 기술"이라며 "시험성적서 내용을 바탕으로 적정하게 공법을 적용했다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접착제가 기준에 미달한다는 점은 공개된 시험성적서에도 기재돼 있었던 만큼 설계 단계에서 이를 확인하고 적합하게 사용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 해당 건설신기술의 지정취소 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당 기술은 KAIA 홈페이지에 유효한 신기술로 등록돼 있다.

KAIA는 감사원 통보에 따라 신기술 지정취소 여부를 심의하는 위원회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KAIA는 과거 민원조정위원회에서 해당 기술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며 지정취소 여부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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