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집값, 전쟁 후 80% 급등"…초인플레에 부동산으로 돈 몰려

기사등록 2026/06/05 15:36:36 최종수정 2026/06/05 16:02:25

이란 부동산 장기 침체…전쟁 인플레에 회복세

불안 심리 반영…대표 안전자산 금값 하락 영향도

[테헤란=AP/뉴시스] 지난 1일 이란 테헤란 그랜드바자르 인근 교차로에서 보행자들과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2026.06.05.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장기 침체를 겪던 이란 부동산 시장이 전쟁 이후 예상치 못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쟁발 인플레이션에 부동산 등 실물 자산으로 몰리면서다.

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테헤란 공인중개사협회는 집값·임대료가 지난 2월 말 미국과의 전쟁 이후 약 80% 급등, 물가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쟁 피난처로 부상하는 수도 테헤란 외곽 지역과 카스피해 연안 휴양 도시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란 부동산 시장은 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 5년간 부진을 겪어왔다. 전쟁 전 마지막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전년 대비 35%로 물가상승률을 크게 밑돌았다.

다만 협회는 최근의 급등세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다기보다는 경제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테헤란의 실제 거래량은 여전히 비교적 적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정부 통계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은 84%에 육박해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식용유 가격은 전년 대비 354%, 계란은 343% 오르는 등 식료품 가격은 세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 국제 금값도 달러 강세 등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이란 리알화 가치 역시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약 53% 떨어졌다. 취약한 은행 시스템과 부패 문제까지 겹치며 경제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FT에 "전쟁 전 3000억 리알(3억3600여만원)이던 아파트가 이번 주 5800억(6억5000여만원) 리알에 거래됐다"며 "판매자는 가격이 더 오를까 봐 매물을 줄이고, 구매자는 현금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부동산을 사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급등은 일반 가계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란 중산층 지역에 사는 58세 주부는 "이란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라며 "먹을 것을 살 여유가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FT는 부동산이 인플레이션의 확실한 피난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컨설턴트 시아막 가세미는 "부동산, 자동차, 금 등 어디에 투자하더라도 올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k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