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에 대한 애정의 회복…'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
공동체 아파트 실험…'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지리학자 고(故) 이 푸 투안은 공간(space)과 장소(place)는 서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물리적 공간으로서 공간에 의미와 가치가 더해지면 장소가 된다는 것이다. 주거 공간으로서 아파트나 그보다 큰 단위의 도시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공간이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두 책이 나왔다.
▲모두를 위한 도시는 있다(산지니)=허남설 지음
'15분 도시'는 반경 750m 내외에서 생활, 일, 상업, 의료, 교육, 여가 등 6대 기능을 누릴 수 있는 도시를 뜻한다. 카를로스 모레노 프랑스 파리 제1대학 팡테옹 소르본 부교수의 도시계획 이론이다.
이를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2020년 재선공약으로 채택하며 기후위기와 감염병 대응을 위해 미국 디트로이트, 중국 광저우와 청두, 호주 멜버른,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으로 퍼졌다.
한국에서는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저자 허남설은 한국에서는 '15분 도시'의 핵심 취지에 대한 심각한 오독과 정책 홍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집필을 시작했다.
서울 송정동 '코끼리빌라', 경남 밀양 밀주초등학교 등 '모두의 도시'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효율적으로 설계된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애착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도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이야기들이다. 도시는 정치가·행정가·계획가·전문가 등 어느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한 걸음씩 내딛는 발자국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227쪽)
▲아파트는 어떻게 마을이 되었나(빨간소금)=위스테이별내 마을작가단 지음
오늘날 흔한 주거 형태 중 하나로서 아파트는 가까운 물리적 거리에도 이웃과 사실상 격리된 채로 살아가는 장소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경기 남양주 '위스테이별내'는 공동육아와 상호 돌봄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위스테이별내는 491세대가 신년 해맞이, 김장, 송년 잔치 등을 함께 하는 '공동체 아파트'로 거듭났다.
주민들은 책을 통해 '아파트도 마을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주민들이 함께 커뮤니티 시설을 만들고, 관리·운영한다. 주민 제안 사업이나 동아리 활동도 활발히 이뤄진다.
입주민들은 공동체를 만드는 동력으로 '입주 전부터 어떤 공동체를 만들지 고민한 시간'과 '관계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꼽는다.
김경환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서문에서 "이 책은 사람과 생각의 조각이 부딪치고 맞물리며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라며 "이 기록이 우리 공동체와 사회주택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소중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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