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라이더' 최저임금 논의 시작…"권리" vs "일자리 감소"

기사등록 2026/06/04 15:57:32

최저임금위 제3차 전원회의…도급제 최저임금 적용 여부 논의

노동부 실태조사 공개…노동계, 구체적인 적용 방식 제시 예정

노동계 "특혜 아냐"…경영계 "유형별 하나하나 산정 어렵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위원의 발언을 듣는 공익위원들의 표정이 굳어 있다. 2026.06.0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고홍주 기자 = 택배기사·배달라이더 등 이른바 '도급근로자'로 불리는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동계는 "특고·플랫폼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예외적인 특혜가 아니라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도급제 고유의 유연성을 축소하고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메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 논의를 시작했다.

도급근로자란 근로시간이 아닌 일한 성과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는 사람을 뜻한다. 배달라이더나 택배기사, 대리기사 등 특고·플랫폼 종사자들이 대표적으로, 배달 건수나 운송 실적 등에 따라 대가가 정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을 하더라도 성과가 없거나 적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계약 형식 상 '위탁'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근로자처럼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노동계는 지난 2024년 최임위(2025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 때부터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노사 이견 차와 관련 자료 미비 등으로 실제 적용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최임위에 보낸 심의 요청서에서 "최저임금을 시간·일·주·월 단위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도급제(또는 유사 형태) 임금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지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오르게 됐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도급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범위 확대는 전통적 경계가 허물어진 현재의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권적 조치"라며 "예외적인 특혜가 아니다.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취지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 간사인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은 하루만 일을 쉬어도 생계비 걱정 때문에 아파도 쉬지 못하고 폭염과 같은 극한 기후위기 속에서 맨몸으로 일해야 한다"며 "법원에서 어렵게 노동자성을 인정받더라도 임금을 계산할 산식이 없다는 이유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임위의 당연한 책무"라며 "870만명에 달하는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도둑맞은 이름과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은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최임위가 변화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공익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06.04. ppkjm@newsis.com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최근의 대내외적 경제상황을 고려해 확대 적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제도인데, 논의 대상이 근로자인지 여부는 최임위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도급제 임금을 받는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계약 조건이나 일하는 방식, 근로시간, 업무 강도 등이 개별 근로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검토해 별도 단위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의 지난해 월 평균 영업이익은 200만원이 안 된다고 응답했다"며 "사업자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개인 사업자도 지난해 말 16만6000여명에 달하는 등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2021년 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업종별 구분적용을 통해 어려움이 있는 소상공인이나 영세 중소사업자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도급제 근로자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하더라도 도급제 유형별로 어떤 결정 단위가 필요한지, 적용 시 노동시장, 소비자 후생, 가치사슬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이나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게 이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도급제 고유의 유연성을 위축시키고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메랑으로 날아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또 "노동계에서는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도급제 유형에 대한 최저임금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직종별로 최저임금을 가려서 적용하자는 '구분 적용'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제도가 저임금 노동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키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이 문제는 현장의 다양한 보수 산정 방식과 근로실태를 비롯해 제도가 작동하는 구체적인 맥락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섣부른 결론보다는 사실과 자료에 기반해 하나하나 확인해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 최임위 논의 이후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어 노동계에서는 자체 연구를 토대로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식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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