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새 핵시설 공개하며 핵보유국 지위 재차 강조…"핵 능력 증가 선전 메시지"

기사등록 2026/06/04 13:25:06 최종수정 2026/06/04 14:46:24

미국에 '이란과 달리 비핵화 협상 불가' 메시지 발신

'시진핑 방북 의식' 분석도…"中에 핵보유 '불가역적' 못 박기"

강선 시설 공개에 이어 영변 새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했을 가능성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창립 80주년을 맞아 축하 방문해 연설했다고 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6.06.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북한이 새로운 '핵물질 생산공장'을 공개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되돌릴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거듭 내세웠다.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처리 방식을 둘러싼 국제적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및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 같은 민감한 시기 핵무력 고도화를 전략적으로 과시하며 그간 자처해 온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은 구체적인 위치를 언급하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일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4일 보도했다. 핵무기 핵심 원료인 고농축우라늄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원통형 원심분리기가 늘어선 사진도 공개했다.

신문은 지난 5년 간 핵물질 생산능력이 종전의 "2배를 능가"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동원했다. 다만 실제 생산능력 향상 여부는 군·정보 당국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외부 조건과 국제 정세로 인해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핵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도 이어갔다. 지난 2019년 북미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일관되게 지켜온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국가 핵무력을 더욱 확대 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이 "책임적인 의무"라고 했다.

북한은 이미 국가 최고법인 헌법에 '책임적인 핵보유국'과 '핵무기 발전 고도화'를 명문화했으며, 3월 헌법 개정을 통해서는 김 위원장의 핵무기 사용 지휘권을 명시했다.

이번 핵물질 생산공장 공개는 이란과 미국의 종전협상에서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처리 문제가 쟁점이 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란과 달리 비핵화는 애초에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려는 의도가 읽힌다.

미국은 이란에 핵무기 보유·개발 금지, 미국 주도의 이란 내 고농축우라늄 제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안보협의에 대한 견제 성격도 엿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안보분야 이행을 위한 후속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통해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 문제를 확정하고,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양국 정부 대표단은 2~3일 서울에서 후속협의를 위한 킥오프(발족) 회의를 열었다.

북한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해 "한국 자체 핵무장의 길로 나가기 위한 포석",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것"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설이 나오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 관리 차원의 당부 메시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 문제는 중국이 통제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임을 재차 못 박아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한 시설을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는 평안북도 영변, 남포시 강선, 평안북도 구성 등 3곳이다.

북한은 지난 2024년 9월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며 고농축우라늄 제조시설을 처음 공개했는데,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평양 인근의 미신고 시설 강선 단지라고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핵시설은 영변 인근에 들어선 새로운 시설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IAEA는 북한이 영변에 새 우라늄 농축 시설을 짓고 있다고 지난해 보고했다.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는 이 시설이 기존 영변 시설 근처에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핵능력이 계속 증가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영변 신시설을 보여줌으로써 선전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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