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에 2시간 대기…일부 주민 발길 돌려
"설명도 안내도 없었다" 유권자들 불만
오후 7시 넘어 투표 이어져, 현장 곳곳 항의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조수원 기자 =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마감된 3일 서울 송파구 등 일부 자치구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2시간 넘게 대기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주민들은 장시간 대기 끝에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간 사례도 있었다. 투표 현장에서는 "설명도 안내도 없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를 10여분 앞둔 이날 오후 5시47분께 찾은 송파구 가락2동 제3투표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투표소 입구에는 "투표용지 이송 작업으로 시간이 걸린다"는 안내가 이어졌고, 마감 시간이 임박했음에도 건물 옆면을 따라 100여명의 유권자가 줄을 선 채 대기하고 있었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오후 6시 전까지 줄을 선 유권자는 모두 투표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현장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오후 4시35분께 투표소를 찾았다는 김모(30)씨는 "4시50분 전후로 투표용지가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그 이후 계속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번호 6번을 받은 김모(28·여)씨는 "앞에 30~40명 정도 있었는데 줄이 뒤섞이면서 순서가 헷갈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후 4시50분부터 대기했다는 전모씨는 "어디선가 투표용지를 추가로 가져오는 것도 봤다"며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후 5시54분께부터는 선관위 측이 '투표마감시각 도착 선거인'이라고 적힌 대기번호표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대기번호 44번을 받은 한 고령 여성은 "사전투표를 안 해서 괜히 고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 마감을 3분가량 앞둔 오후 5시57분께에는 한 남성이 "설명을 해달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현장 곳곳에서는 "대기표도 안 주느냐", "어떻게 투표용지가 모자랄 수 있느냐"는 항의가 이어졌다.
일부 유권자들은 "사전투표를 할 걸 그랬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6시26분께 찾은 잠실초등학교에 마련된 잠실2동 제6투표소에도 80여명의 유권자가 대기 중이었다. 오후 6시 기준으로는 150명가량이 줄을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번호 2번을 받은 윤호용(26)씨는 "2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며 "선관위 직원들은 보이지 않고 구청 직원들은 책임질 수 없다는 말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도 안 끝났는데 개표방송부터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투표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40대 여성은 "오후 2시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데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다"며 "최소한 오후 4시30분께에는 대기표를 배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권자 이모(36)씨는 "오후 4시40분쯤 도착했는데 줄만 길게 서 있을 뿐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이 없었다"며 "투표용지가 50장만 남았다는 말을 듣고도 계속 기다릴지 고민해야 했다"고 말했다.
오후 6시45분께에도 투표소에서는 대기 행렬 끝에 새로 줄을 서는 유권자들을 제지하거나 안내하는 인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송파구 신천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도 혼란은 이어졌다. 오후 7시4분께 현장을 찾았을 당시에도 주민들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때 대기자는 21명에 달했지만 투표용지 도착이 계속 늦어지면서 상당수가 기다리다 현장을 떠났다. 투표용지가 도착할 무렵에는 4명만 남아 있었다.
한 참관인은 "30명 가까이가 오후 5시30분부터 대기표를 받고 기다렸다"며 "선관위에서 오후 6시10분까지 온다고 했다가, 이후에는 6시30분, 6시45분으로 계속 안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30대 여성 서모씨는 "투표를 하러 왔는데 투표를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6시45분께까지도 용지가 도착하지 않으면서 기다리다 돌아간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도 포기하고 가면 직원들이 퇴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그래도 유권자가 잘못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끝까지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3)씨는 오후 5시50분께 다른 투표소를 찾았다가 본투표는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급히 이동해 마감 직전 투표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미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상태였다.
그는 "투표율이 높아 용지가 부족한 건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여러 투표소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면 수요 예측이 잘못된 것 아니겠느냐. 이런 일이 반복되면 투표 참여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정권은 중요한 권리인데 국가가 준비해야 할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예외 상황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남아 있던 유권자들은 오후 7시40분께가 돼서야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알려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주민 게시판에도 관련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주민들은 "투표용지가 없어 투표를 못 하고 있다",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간 사람도 있다"는 글을 올리며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관련 112신고는 14건 접수됐다. 다만 경찰이 범죄 혐의점을 확인해 조처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서울 송파·강남·광진 3개구 6개동 12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실을 인지한 직후 해당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를 이송했으며, 오후 6시 전에 도착한 유권자들은 투표 마감 시각 이후에도 모두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선관위는 이날 오후 9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위 설명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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