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광주·전남 행정통합 앞두고 세대 불문 발걸음
두 손 꼭 잡고 온 노부부에 밤잠 설친 생애 첫 투표까지
40년 만의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앞두고 치러지는 역사적인 선거인 만큼 투표소에는 나이와 세대를 불문하고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광주 서구 상무2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쌍촌종합사회복지관. 엘베이터 문이 열리자 두 손을 꼭 맞잡은 노부부가 내렸다. 할머니의 한 손에는 빛바랜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데리고 투표소를 찾은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 대신 옅은 미소가 번졌다.
본인 확인 절차에 들어서자 노병두(90) 할아버지는 무심한 듯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아내 김연남(91·여) 할머니의 신분증까지 함께 꺼내 선거사무원에게 건넸다.
먼저 투표를 마친 노 할아버지는 출구 앞에 서서 투표관리관의 부축을 받으며 기표소로 향하는 아내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주변을 서성이던 노 할아버지는 "할멈 데려가야 해"라며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해마다 치러지는 선거 때마다 단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다는 두 어르신.
투표를 마치고 노 할아버지가 "선거 때는 항상 둘이 함께했다"고 말하자, 김 할머니는 "나 몸 안 아플 때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왔시야"라며 농담을 건넸다.
노부부는 "귀찮은 거 생각하면 투표 못 하지. 그래도 투표는 국민의 의무인께 다 해야제"라며 "분리됐던 광주와 전남이 다시 통합되는 만큼 모두가 잘 살수 있는 지역을 만들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헀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투표소 앞에선 "다 왔쇼"라는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휠체어 한 대가 들어왔다.
지병으로 인해 홀로 걷기 힘든 박준근네(83·여) 어르신이었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만큼 몸은 고단했지만, 얼굴만큼은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박 어르신의 기표소 행을 도운 요양보호사는 기표소 가림막 앞에 서서 "나 여기 서 있을 텐께 잘 찍으셔잉"하며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다.
한참 동안 기표소 안에서 신중하게 고심하던 박 어르신이 나오지 않자, 요양보호사는 "표 잘 접고잉. 다 같이 접어도 된께 천천히 하쇼"라며 응원을 건넸다.
그동안 늘 가족이나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투표소를 찾았다는 박 어르신.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이 이번 선거는 꼭 투표해야 한다고 하도 조르셔서, 바람도 쐴 겸 일찍 모시고 나왔다"며 말했다.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컨벤션홀에 마련된 용봉동 제4투표소의 풍경은 또 다른 활기로 가득했다.
편안한 슬리퍼와 잠옷 차림의 젊은 청년부터 이웃과 함께 새벽 운동을 마치고 온 어르신들 사이에서, 유독 긴장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10대 청소년이 눈에 띄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고등학생 이동건(18)군은 이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투표소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이 군은 "생전 처음으로 하는 투표라 꼭 해보고 싶었다. 새벽부터 엄마를 졸라 일찍 투표소로 향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첫 투표인 만큼 준비도 철저히 했다.
이 군은 "첫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을 내 손으로 직접 잘 뽑고 싶어서, 집에 날아온 선거 공약집과 TV 토론회 영상을 며칠 동안 열심히 챙겨봤다"면서 "우리 같은 미래세대를 위해 정말 실효성 있는 교육 정책을 펼쳐줄 좋은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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